[데일리 Talk] 학교 시설로 돈 버는 ‘체육관 브로커 김선달’ 뿌리 뽑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이소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5 18:34:03

농구를 좋아하는 대학생이 농구장을 구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처럼 어렵다. 한양대 4학년 A씨는 농구동아리 총무로서 토요일마다 농구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사설 체육관 사용료는 시간당 15만 원에 이르기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사용료가 싼 곳을 찾는 게 일상이다. 그는 수소문 끝에 다음카페 동아리농구방을 통해서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세륜중학교 실내 체육관을 시간당 7만 원에 빌리고 있다. 그는 “사설 체육관에서 농구하는 데 드는 돈과 비교하면 절반 가격에 농구를 할 수 있으므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공공 체육관 사용료는 사설 체육관과 비교할 때 50% 수준일까. 기자가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공립학교 체육관(360㎡ 미만)을 생활체육과 평생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때 사용료는 시간당 1만5000원이었다. 사설 체육관과 비교하면 적게는 여섯 배에서 많게는 열 배까지 쌌다. A씨에게 공공 체육관 사용료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시 성동구 인근에서 농구하고 싶은 마음에 그는 종종 공립학교 행정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예약이 끝났다는 답변만 들었다. 예약하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학교 측 답변에 전화할 때마다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 체육관을 1만5000원에 빌려서 다시 7만 원에 빌려주는 '봉이 김선달'은 누굴까. 동아리농구방에선 다양한 공공 체육관 대관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사용자가 농구장 대관을 바라는 글을 올리면 공공 체육관 대관에 대한 제안이 오는 방식이었다. A씨가 농구장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자 ‘체육관 김선달’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시간당 7만 원에 세륜중학교 실내 체육관을 빌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학생이나 직장인 모두 선호하는 토요일 오후 1~4시에 사설 체육관 사용료보다 50% 싼 가격에 빌려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체육관 브로커는 광진구에 있는 체육관도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공공 체육관을 장기 대관한 다음에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체육관 브로커가 공공 체육관을 빌린 뒤 비싼 가격에 빌려주는 행위는 불법이다. 브로커가 학교 체육관을 장기 대관할수록 지역민은 생활체육을 즐기거나 평생교육을 받을 기회가 사라진다. 서울시 공립학교 시설 개방에 대한 조례를 살펴보면 학교 시설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 허가를 받은 시설물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경우 사용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청과 학교가 탁상행정에 만족하는 동안 체육관 브로커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교 체육관 개방에 대한 논란은 많았다. 주민 생활체육을 위한 공간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의 면학 분위기에 방해된다는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2년 두 의견을 절충했고 학교장은 수업이 끝난 뒤와 주말과 공휴일에만 체육관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역민을 위한 저렴한 생활체육 공간이었던 공공 체육관은 브로커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날마다 신문을 펼치면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 사건과 사고가 넘친다. A씨는 “신문을 보면서 혀를 찰지는 몰라도 평범한 사람은 공정에서 어긋나더라도 체육관 브로커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교육청과 학교가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체육관 매점매석을 막아 주길 바란다.

이소정 기자 ls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