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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자신이 거래하던 해외 증권사를 통해 국내 주식을 손쉽게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해외 금융투자업자가 국내 증권사 명의로 외국인 통합계좌를 개설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7일 배포했다.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는 2017년에 도입됐지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주체가 국내 금융투자업자나 일반사모집합투자업자의 대주주와 계열회사로 사실상 제한돼 제도만 있고 실제 이용은 어렵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4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국내 증권사가 해외 중·소형 증권사와 제휴해 통합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먼저 열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8년 만인 올해 8월, 하나증권과 홍콩 Emperor증권 간 국내 첫 외국인 통합계좌가 만들어졌고, 삼성증권·유안타증권 등도 9월 추가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고 통합계좌 개설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이런 시범 사례를 토대로 계좌 개설부터 배당, 과세, 보고, 내부통제까지 외국인 통합계좌 이용에 필요한 전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했다. 국내 증권사와 해외 금융투자업자, 상임대리인, 예탁결제원, 감독당국 등 관련 당사자가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서류와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통합계좌를 개설하려면 먼저 해외 금융투자업자가 국내 증권사와 업무 협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후 해외 금융투자업자가 국내 상임대리인에게 보관계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증권사 명의의 통합계좌를 여는 구조다. 이때 계약서에는 한국 감독당국이 요청할 경우 최종투자자별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 해외 금융투자업자의 실제 소유자 확인 의무,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구축·운영 의무 등이 명시된다.
주주 권리 배정과 행사 방식도 정리됐다. 통합계좌 명의자는 해외 금융투자업자이지만, 의결권과 배당 등 주주 권리 행사는 최종투자자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예탁결제원은 통합계좌 단위로 일괄 배당 권리를 부여하고, 통합계좌 명의자는 실제 보유 지분에 맞춰 최종투자자에게 배당을 나눠 지급한다. 의결권의 경우 상법상 허용된 ‘불통일 의결권 행사’ 규정을 활용해, 해외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별 의사를 취합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해외 금융투자업자는 직접 또는 상임대리인을 통해 최종투자자별 주식 거래내역을 10년간 기록·보존해야 하며, 통합계좌가 개설된 국내 증권사에 매월 말일 기준 거래 내역을 취합해 다음 달 1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는 이를 통해 통합계좌 내 자금·증권 흐름을 상시 점검하고, 감독당국이 필요시 관련 자료를 바로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세탁 방지와 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한 내부통제 의무도 강화했다. 국내 증권사는 통합계좌를 개설하기 전 해당 해외 금융투자업자의 제재 이력, 소재국 감독당국 인가 여부, 내부통제 체계,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통합계좌 개설 이후에도 고객확인의무(KYC) 이행 여부와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또 통합계좌 개설 주체를 ‘국내 금융투자업자 또는 일반사모집합투자업자의 대주주·계열회사’로 제한한 금융투자업 규정을 고쳐, 해외 중·소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도 별도 규제 특례 지정 없이 통합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쳤고, 금융위 의결을 내년 1월 2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외국인투자자의 한국 주식시장 접근성을 높여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혀 온 외국인 투자 절차 간소화와 규제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가이드라인은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정보센터 일반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해외 금융기관과의 소통을 위해 영문 번역본도 함께 배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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