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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경북을 뒤덮었던 초대형 산불의 흔적은 11월의 찬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깊게 남아 있었다.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을 맞아 찾은 피해지역은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복구의 ‘첫장’조차 제대로 넘기지 못한 듯 보였다.
중대본이 발표한 피해 규모는 실로 막대하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은 5개 시군을 잇달아 덮치며 3만6000ha의 산림이 소실됐고 인명피해 26명·재산피해는 4조 원대 라는 천문학적 수치를 남겼다. 경북도가 집계한 사유·공공시설 피해액만 1조 원을 넘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수치보다 더 무거웠다. 아직도 2128가구·3509명의 이재민이 임시주거시설에 머문 채 혹서를 견디고 이젠 또 한 번의 혹한을 준비해야 한다. 주민들은 “여름도 이겨냈지만 겨울은 더 두렵다”며 깊은 피로감을 드러냈다.
보다 뼈아픈 대목은 복구 행정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산불 책임부서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가 산림재난혁신사업단에 문의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어느 부서가 전담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뿐이었다.
재난지역 지정 후 8개월, 주민 고통은 현재진행형이지만 행정과 정치권의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고 비껴 있다. 일부 주민은 “정작 우리 고통은 뒤로 밀려나고 정치 일정이나 해외연수 논란만 들린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정권 교체 이후 경북지역 복구 예산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재민들에게 또 하나의 절망으로 다가온다. 산불은 진화를 마쳤지만 그 이후를 책임져야 할 시스템은 아직도 제 역할을 찾지 못한 듯하다.
기자가 본 피해지역의 가을풍경은 자연의 상흔이 아니라 늦어지는 복구와 무기력한 행정을 향한 주민들의 깊은 탄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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