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계 인력 해외유출이 심각하다.
최준, 정선영, 안병탁, 윤용준 한국은행 연구원은 3일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고학력 이공계 인재 상당수가 해외로 떠나고, 남은 사람들도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LinkedIn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서도 2015년 이후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중심으로 순유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남아 있는 이공계 인력들도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이 국내외 이공계 석·박사 인력 2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국내 근무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특히 청년층인 20~30대는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해외에 비해 낮은 국내 연봉 수준과 성과체계가 주요 원인이었다. 설문 결과, 연봉 수준 등 금전적 요인이 해외 이직 요인의 가장 큰 비중(66.7%, 중복응답)을 차지했다.
연구원들은 국내와 해외 기업 간 수익성 차이와 국내 제조업의 구조적 제약을 고려할 때 특정 분야에서는 해외 기업과 인재 보상에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유연한 임금·보상체계를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핵심 인력에 대한 세제 혜택이 실효성 있게 작용할 수 있게 돕고 소득세 감면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전적 차이 다음으로 해외 이직 고려에 영향을 미친 연구생태계·네트워크(61.1%), 경력기회 보장(48.8%) 등 비금전적 요인에 대해서도 개선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연구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제도·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연구 네트워크 강화나 기회 확대 등 비금전적 요인이 금전적 요인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년층의 경우 해외에서 초기 경력을 쌓을 기회가 많다는 점도 해외 근무 선호를 높이는 요인으로 판단하고 석사급 연구 인력이 국내에서도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가 분석 결과에서는 소득 만족도와 고용 안정성, 승진 기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해외 이직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석사급 인력의 경우 승진 기회와 연구환경이 해외 이직 의향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었으며, 박사급 인력은 고용 안정성과 자녀교육 요인이 개선됐을 때 국내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았다.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고용 안정성이 이직 선택 요인에 압도적이었고 바이오·IT 등 신성장 분야의 경우 연구환경과 자녀교육 요인이 두드러졌다.
연구원들은 위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것 이외에도 해외 인재가 국내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도 제언였다. 해외 인력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구조를 구축하고 정년 연장 등을 통해 경험과 역량을 갖춘 석학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한국이 과거 물적 투입 중심의 성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성장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기술과 이공계 인재의 역할이 컸다며 이들이 떠나면 성장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