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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산책시키다 보면 갑자기 코를 박고 꼼짝하지 않을 때가 있다. 기자 역시 궁금증이 생겨 쓸데없어 보이는 사안에 집착하기도 한다. 선배 기자들은 그 냄새를 끝까지 따라가 보라고 조언했다. 허탕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의외의 결과를 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자를 사로잡은 곳은 은행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9월18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의 구독자 수는 신한은행이 52만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국민은행(50만여 명), 우리은행(40만여 명), 하나은행(28만여 명) 순이었다. 동영상 수는 국민은행이 1700여 개를 넘어 2위인 신한은행(1300여 개)을 400개 이상 앞섰다. 물량 면에서 국민은행의 적극적인 운영이 눈에 띈다.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유튜브 조회수 1위 영상은 무엇일까?” 4대 은행의 유튜브 영상 중 조회수 1위는 신한은행의 ‘2022 마음을 기울입니다’였다. 조회수는 2657만여 회에 달했다. 전국 곳곳에서 포착된 따뜻한 순간을 모은 광고였다.
2위 역시 신한은행으로 3D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배달앱 ‘땡겨요’ 광고가 1896만여 회를 기록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출연한 하나은행의 15초 광고는 조회수 1812만여 회를 기록하며 전체 3위에 올랐다.
은행별로 조회수 상위권 영상을 살펴보면 각 은행이 내세우는 색깔이 드러난다. 우선 화려한 출연진이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 신한은행은 뉴진스·차은우·싸이, 하나은행은 임영웅, 우리은행은 아이유와 장원영 등 스타들을 앞세웠다.
하나은행의 경우 폐지폐를 활용해 ‘돈베개’를 제작한 광고가 채널 내 조회수 2위로 1325만여 회를 기록했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닭이 등장했는데,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제 광고 촬영을 위해 닭을 훈련시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보수적인 마케팅을 고수하는 은행권에서 보기 힘든 시도다. 촬영 후 닭의 행방은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두드러진다. 아이유·장원영·라이즈가 출연한 ‘우리 금융생활의 A to Z’는 1431만 회로 채널 내 1위를 기록했다. 라이즈 단독 광고가 1378만 회, 장원영 광고가 1361만 회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의 마스코트 ‘위비프렌즈’ 또한 아이돌 그룹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광고의 세련된 색감이 돋보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조회수 1위 영상은 의외였다. 방탄소년단의 ‘DYNAMITE’를 배경음악으로 활용한 인도네시아 광고로, 조회수는 1396만 회에 달했다. 방탄소년단이 직접 출연하지는 않았으며 낯선 힌디어가 흘러나와 당황했다. 이어 KB스타뱅킹 광고(1258만 회), ‘오십의 맞춤법’ 시리즈(1207만 회)가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시리즈인 ‘서른의 맞춤법’도 900만 회를 넘겼다. 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을 겨냥한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며 동시에 방탄소년단을 출연시킨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정리해 보니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영상이 많았으며 예측과 다른 결과도 적지 않았다. 조사 결과 영상 조회수는 일정 부분 광고 집행과 연동된 결과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광고와 연계된 영상은 특정 조건 충족 시 조회수로 집계되어 원본 동영상 조회수를 끌어올린다. 기자는 은행이 돈이 많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정확한 수치는 알 길이 없으며 ‘광고 효과를 제외한 순수 경쟁력’을 논의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채널은 각 은행의 관심사와 마케팅 전략을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단순 광고뿐 아니라 교육용 영상이나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콘텐츠도 제작되고 있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영상이나 광복절 관련 영상도 시리즈로 선보였다. 국민은행의 통신 서비스 KB리브모바일, 신한은행의 공공 배달앱 ‘땡겨요’ 등 주요 사업에 대한 홍보 또한 보였다.
은행권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보기엔 낯선 프로젝트들도 있어 스펙트럼이 예상보다 넓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영상을 확인하다 보면 새로운 점을 발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사거리가 될 수 없어 다른 질문을 가져 보았다. 은행들의 약관이나 상품 이름이 길다는 점 때문에 유튜브 영상 제목도 길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동영상이 아닌 재생목록 기준 평균 제목 길이는 국민은행만 25.1자로 길었고, 신한은행은 10자 남짓,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6~7자 수준에 불과했다. 국민은행은 영어 사용이 많아 길이가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이 조사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허탕에 그친 조사였지만 은행 유튜브는 단순한 광고 채널을 넘어 그들의 전략과 관심사를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더 파헤치다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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