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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폴란드의 대통령을 맞아 해외 미군에 대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폴란드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할 계획 없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고려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는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과의 공개 회담에서 ‘미군이 폴란드에 남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폴란드가 원하면 주둔 미군을 늘리겠다”며 “폴란드는 오랫동안 더 많은 미군을 원했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군이 폴란드에 남을 것이다. 폴란드와 정말 많이 공조하고 있다”면서 양국 관계를 “매우 특별한 사이”로 강조했다. 또 “폴란드에서 군인을 들어낼 것을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지만 다른 나라들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2만8500명 미군이 주둔 주인 한국으로선 한층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환경 변화에 맞춰 전세계 미군 배치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조의 재확인이자, 그것이 철저히 미 국익 등 트럼프의 세계전략 아래 이뤄질 것임을 파악하게 해준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한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 우리는 친구니까”라며 넘어갔다. 하지만 주한미군 기지가 위치한 부지의 소유권을 원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교회와 미군 기지 압수수색’ 관련 질문에 답하다 나온 발언으로 농담처럼 들리기도 했으나 그가 사용한 ‘오너십’이란 어휘는 법적으로 무거운 개념이다. 만일 이게 실현된다면 대한민국 내 완전한 미국 땅이 생기는 셈이다.
현재 폴란드엔 약 1만 명의 미군이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폴란드에 미군을 배치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 주둔 미군을 늘렸다. 폴란드 미군 추가 증강이 트럼프로선 러시아를 향한 또 다른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우린 안보 무임승차하지 않는다”면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4.7%로 늘렸다며 나토 목표인 5% 달성까지 다짐했다. 이미 나토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의 전략상 폴란드는 ‘독일 견제’ 의미도 있다. 독일이 폐허에서 일어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마샬 플랜’ 등 미국 도움 없인 불가능했다. 독일은 미국 주도 나토에 편승한 채 국방비 지출을 최소화했다. 사실상 미국 도움과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 수급 덕분에 전후 세계인이 부러워할 복지국가가 된 것이다. 이에 트럼프는 시종일관 나토의 무임승차를 비판하면서 영국·프랑스·독일에 특히 책임을 물었으며 그 중에서도 유럽경제의 좌장 격인 독일 탓을 많이 했다. 반면 제정러시아와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에 불편한 감정을 키워 온 폴란드는 누구보다 국방 강화에 진심을 보여 트럼프의 호감을 샀다.
트럼프가 내년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노브로츠키 대통령을 초청한 상태다.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는 소련과 나치 독일 시대의 폴란드 피해를 강조하며 특히 독일에 대한 배상 요구, 책임 재규정, 교과서·기억투쟁 같은 문제들을 적극 거론해 왔다. 나브로츠키는 독일을 “참회가 불충분한 국가”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유럽 질서에서 독일을 넘어설 경제적·정치적 영향력 축척에 강한 의욕을 보여 온 전임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같은 입장이다.
폴란드의 존재감이 높아질수록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전통적 서유럽 강국을 견제하기 수월해진다. 러시아를 제어할 카드로서도 유리하다. ‘불필요한 전쟁’ ‘미국과 무관한 전쟁’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해 온 트럼프지만 필요한 전쟁엔 적극 개입할 태세다. 트럼프에게 폴란드가 “좋은 동맹”이라면 ‘나쁜 동맹’도 있다. 1기 시절인 2017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회의 때 유럽 정상들과 만나 트럼프가 “독일은 나쁘다, 아주 나쁘다”고 말한 이래 독일이 ‘나쁜 동맹’의 대표격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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