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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망루에 섰다. 탈냉전 이후 북·중·러 정상이 공식 석상에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며,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이후 66년 만에 연출된 장면이다.
김 위원장이 망루에 오른 순간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북한이 ‘정상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온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대신 다자 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전승절 기념식은 오전 9시(현지시간) 리창 중국 총리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됐다. 예포 80발이 울려 퍼지자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인민영웅기념비 앞에서 국기 게양대까지 행진하며 열병식의 막을 올렸다.
이어 시 주석 내외가 외빈 영접에 나섰고,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며 손을 꼭 잡고 어깨를 두드리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단체 기념촬영에서도 시 주석 내외의 좌우에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자리하며 북·중·러 ‘삼각 구도’를 상징적으로 연출했다.
망루로 오르는 길에서도 세 정상은 대열의 중심에서 나란히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푸틴이 손짓으로 설명을 이어가자 김정은이 미소로 호응하는 장면은 CCTV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망루에 오른 뒤에도 세 정상은 중앙에 배치돼 열병식 전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북한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는 이미지를 충분히 과시할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이번 방중에서 배우자 리설주나 딸 김주애를 동반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전날 김 위원장의 도착 장면에서 주애가 포착되며 ‘후계자 공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본 행사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인민복 대신 검은 양복에 금색 넥타이를 착용해 국제무대에 걸맞은 ‘정상 외교 복장’을 택했다. 이는 북한이 ‘비정상 국가’라는 시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시 주석은 기념사에서 “인류는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모든 국가가 평등과 화합을 기반으로 공동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화민족은 강권에 굴하지 않는다”며 미국 주도의 한·미·일 협력에 맞서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졌다.
망루에서 시 주석을 중심으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선 모습은 중국이 북·러와의 연대를 통해 미국과 서방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음을 과시한 장면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 방문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수호자”라고 강조했고, 김 위원장 또한 처음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방중을 △김정은의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 구축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난 외교 다변화 시도라는 맥락으로 해석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하며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북한은 북·중·러 연대를 통해 ‘상징적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북중러 밀착은 한국 외교에도 복잡한 도전을 던진다. 복수 전문가 견해를 종합하면, 한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북중러 구도가 강화될 경우 한국의 외교 공간은 좁아질 수 있으며,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도 줄어들 수 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정상국가 이미지를 확보한다면, 대북 제재 효과가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최근까지도 ‘진영주의 반대’를 외교 기조로 내세워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승절 장면을 곧바로 북·중·러 전략 구도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세 정상이 망루 한가운데 나란히 서면서 ‘구도’가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실질적인 협력 체계로 제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중국·러시아, 옛 소련까지 포함해도 1959년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세 나라 정상들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단순 이벤트를 넘어서는 무게가 있다는 것이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북·중·러 협력의 서막을 연 장면으로 봐야 한다”며 “군사동맹 수준까지 발전하긴 어렵더라도, 비군사적·외교적 차원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의 이익을 조율하는 실질적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선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SNS에 “중국이 자유 확보를 위해 미국이 바친 피와 희생을 언급할지가 중요하다”며 미국인의 공헌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2차대전 승전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려 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시진핑 주석에게 “푸틴·김정은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라”는 역설적 메시지도 남겼다.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북중러 밀착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열병식 장면을 본 뒤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은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지상·방공 체계 “미래전 승리 능력 과시”
‘게임체인저’ 무인잠수정·공중전력
AI·드론 통합 ‘2027 군 현대화’ 과시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2027년 세계 일류 군대 건설’ 목표를 향한 중간 점검 성격의 대규모 무력 과시에 나섰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날 공개된 장비에는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 ‘AJX-002’, AI 기반 스텔스 무인기 ‘FH-97’, 신형 스텔스 전투기 J-35, 개량형 J-20S 등 공중·해상·지상 신형 전력이 포함됐다. 지상에서는 사거리 1만5000㎞의 둥펑(DF)-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미사일, ‘중국판 사드’ 요격체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인전차와 장갑차까지 등장해 사실상 ‘무인전력 전시회’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기존 DF-5B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DF-5C가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액체연료 기반 전략핵미사일인 DF-5C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략 반격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DF-61(DF-41 개량형 추정), ‘괌 킬러’의 개량형 DF-26D(사거리 5000㎞), 사드·SM-3 요격망 무력화 가능성이 제기된 DF-17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등장했다.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JL-3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항모 타격용 YJ-21 극초음속 미사일도 함께 공개됐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무기는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이었다. 길이 1820m, 지름 11.5m 크기로 러시아의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과 유사한 외형을 지녔다. 전문가들은 “미 항모전단 접근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라며, 심해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중에서는 AI 기반 스텔스 무인기 FH-97이 처음 등장했다. 유인기를 호위하며 ‘로열 윙맨’ 역할을 수행하는 개념으로, 세계 최초 실전 배치임을 강조했다. FH-97은 저피탐 설계와 전자전 기능까지 갖춰 유인기의 생존성을 높이고 방공망을 교란할 수 있다.
스텔스 전투기 J-35 역시 눈길을 끌었다. 미군 F-35를 겨냥한 함재기형으로, 항모 전력 보강을 위한 카드로 꼽힌다. 개량형 J-20S는 2인승으로 설계돼 드론 지휘와 네트워크전에 최적화된 기능을 보였다. 이는 ‘AI-드론-유인기 통합 전장’이라는 중국군의 구상을 상징한다.
지상무기 가운데는 사거리 1만5000㎞의 DF-41 ICBM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략핵 전력으로, 중국이 핵 삼축체계 완성을 과시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방공미사일, 항모 저지용 대함탄도미사일 등이 잇따라 공개되며 중국이 단순 방어를 넘어 적극적인 전략공세 능력을 과시했다.
방공무기 분야에서는 ‘중국판 패트리엇(PAC-3)’으로 불리는 HQ-29 요격체계가 선보였다. 열병식장 상공에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S와 J-35A가 편대를 이루며 비행, 첨단 전력을 과시했다.
우쩌커 중국군 합참부국장은 “전시된 모든 무기는 이미 현역 배치된 것”이라며 “중국이 미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분석가들은 “이번 열병식은 사실상 중국의 무인전력 전시회로, 군 현대화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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