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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구름을 사랑하고 관찰한 시인 헤르만 헤세(1877~1962)의 또 다른 문학 세계를 탐색하는 선집이다.
초기작 ‘페터 카멘친트’에서부터 만년의 ‘유리알 유희’에 이르기까지, 헤세가 몰두한 구름의 이미지는 “신의 하늘과 가련한 땅 사이에서 떠도는” 물질이자 “영원한 방랑의 상징”이었다.
“축복받은 섬” “때로는 위협하는 손” “바람에 펄럭이는 돛” “이동하는 두루미 무리”로 모습을 바꾸는 구름은 헤세의 내면 깊은 곳에서 그의 고독과 불안을 자각시키곤 했다.
그런 한편 구름은 고통과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형제자매였고 덧없음 속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주는 길동무였다.
운명의 격랑이 헤세를 고향에서 떼어내 멀리 떠돌게 했지만 그는 구름에게 말을 걸며 삶의 거친 단면을 헤쳐 나갔다. 헤세는 세상과의 싸움에 지칠 때마다 구름의 순례자가 되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보았고 내가 했고 내가 겪었던 모든 것이/ 저 높은 구름 행렬 속에서 함께 흘러가네.”
구름은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 잠시나마 인생무상의 안식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였다. 알프스의 푄 바람과 함께 몰려오는 격렬한 구름부터, 어린 시절 산 정상에서 처음 마주한 드넓은 하늘까지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순례자를 위로했다.
“하늘을 떠도는 구름에 묻노니, 너희의 희망은 무엇이고, 너희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고향을 향해 흐르는 ‘하늘의 그림자’ 구름 속에서 영원의 문턱에 다다른 헤세의 여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그리움과 영원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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