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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재난이 선포됐다. 마른장마 등 계속된 가뭄으로 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결국 15% 밑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1일 오전 7시 40분께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4.9%로, 전날 15.3%에서 0.4%포인트 떨어졌다. 식수 공급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저수율 15% 선이 무너지면서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또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도 전날부터 중단했다.
앞서 시는 저수율이 25% 이하로 떨어진 지난 20일부터 각 가정의 수도 계량기 50%를 잠금하는 제한 급수를 시행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강릉을 방문해 오봉저수지 등을 돌아보고 재난선포를 지시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7시 강릉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자연 재난으로 선포는 처음이다. 또 대통령은 강릉 가뭄지역에 대한 국가소방동원령 발령도 추가로 지시했다
앞서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 도지사는 29일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릉에 신속히 재난사태를 선포해 달라"고 건의했다.
재난사태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포하는 긴급조치다. 지금까지 재난 선포 사례는 2005년 5월 양양 산불,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2019년 4월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3월 경북 울진·삼척 산불 발생 때 있었다.
재난선포가 되면 인력·장비·물자 동원, 응급 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출입 제한과 통제 조치도 강화된다.
강원특별자치도청의 한 관계자는 “강릉은 저수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며 같은 영동권에 있는 만성 불부족 도시였던 속초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설악산에서 발원하는 쌍천의 하류에서 하천물을 취수해 식수로 사용하는 속초시는 불과 7년 전 가뭄으로 제한급수까지 하는 대표적 물부족 도시였다”며 “속초가 물부족 문제를 해결한 것은 속초시가 생각해 낸 쌍천 지하댐 건설 덕이었다. 1998년 해수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쌍천 바닥에 차수1벽을 설치하는 1차 지하댐을 건설하고 2021년에 쌍천 지하 26m지점에 지하댐이 완공됐고, 63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쌍천 지하댐은 비상급수 시 속초시민과 관광객에게 3개월 이상의 식수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하댐이란 ‘지하 저수지’를 의미하는데, 속초는 평상시 제1지하댐에서 하루 평균 4만1000톤의 물을 취수하고, 갈수기 비상급수 시에 제2지하댐에서 7000톤, 암반관정 20곳에서 2만3300톤을 각각 추가로 취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속초와 강릉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결국 치수 정책과 집행의 차이였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강릉은 물부족 사태로 고랭지 농작물이 상해 폐기하고 있는 등 고통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외부에서 유입되는 관광객에게는 아직 제한급수가 시행되지 않는 등 엇박자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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