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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인생이 바뀌길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매주 로또 복권을 사고 당첨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막상 ‘1등’이라는 축복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행복 대신 비극을 맞았다. 갑작스레 쏟아진 부(富)는 기쁨이 아닌 파멸을 불러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의 한 직장인은 로또에 당첨돼 수십억 원을 손에 쥐었다. 그는 퇴직하고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했지만 투자 실패와 사기, 과소비로 5년 만에 무일푼이 됐다. 당첨금이 오히려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 셈이다. 미국에는 더 극단적 사례가 있다. 2002년 3억1500만 달러(약 4000억 원) 복권에 당첨된 한 남성은 이후 가족과 친구를 잃고 범죄와 소송에 시달리다 몰락했다. 돈이 그에게 가져온 것은 행운이 아닌 재앙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부(富)가 갖는 가치의 핵심은 ‘과정’에 있다. 돈을 버는 과정 속에서 사람은 인내와 절제, 계획과 책임을 배운다. 하지만 벼락같이 쏟아진 부는 그 과정을 건너뛴다. 결국 갑작스러운 부를 감당할 준비가 안 된 자는 그 무게에 짓눌리고 만다.
대한민국의 지난 경제 성장도 일종의 ‘로또’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시장경제의 문을 열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산업화를 추진했다. 전두환정부까지 이어진 국가 주도의 압축 성장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畸뮌� 202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 9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급속 성장의 이면에는 부작용이 숨어 있었다. 유능한 지도자들의 주도적 리더십에 의해 성장했기에 국민이 스스로 축적과 관리를 배우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그리고 문재인정부에 이르러 부의 창출보다 분배에 방점이 찍히며 그 취약한 기반은 빠르게 노출됐다. 국민은 성장의 동력을 잃은 채 포퓰리즘적 환상에 젖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놓은 전망은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畸뮌� GDP 순위는 2020년 9위에서 2023년 13위, 그리고 2030년에는 15위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1990년 16위 이후 40년 만의 최악 기록이다. 이는 �畸� 경제의 ‘로또 신화’가 끝나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갑작스러운 경제적 부(富)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독이 된다. 개인이든 국가든 다르지 않다. 로또에 당첨된 이들이 몰락한 것처럼 로또 같은 압축 성장의 행운을 누렸던 대한민국도 스스로 부를 쌓고 지킬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영광은 사라질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박선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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