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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 시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하지만 국내 정치 불안정과 함께 불가측의 ‘관세 폭풍’에 따른 세계 보호무역 강화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인 1500선 돌파를 초읽기로 앞두고 있다.
문제는 환율 급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조달 및 생산 비중이 높아지며 일자리가 줄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빌미로 25%라는 고율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환율 급등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8.6%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35.7%에 이를 정도다.
수출 저조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1·2위 교역국으로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만으로도 대미 수출이 12∼13% 급감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도 10조6000억 원에 이른다. 반도체와 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데 대중 수출마저 급격히 위축될 게 뻔하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하향 추세를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넉 달 만에 또 하향 조정한 것이다. ADB는 지난해 9월까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로 유지하다가 12월 0.3%p 낮춘 2.0%를 제시한 뒤 이번에 0.5%p를 더 내렸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전망치여서 추가 하방될 가능성도 있다. ADB는 고금리·가계부채·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기인한 민간소비 약화와 건설업 부진을 한국의 내부적인 하방 요인으로 꼽고 있음이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외 여건이 급속히 악화됐다며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에서 개선이 없으면 잠재성장률은 2025∼29년 연평균 1.8%로 하락하고 2030∼34년 1.3%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또 2035∼39년에는 1.1%·2040∼44년 0.7%·2045∼49년 0.6%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한은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면 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은 기존보다 0.7%p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등 기본적 투입 요소 이외에 기술발전과 경영 효율 개선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생산 효율성 수치다.
물론 기술혁신은 도전적 과제다. 특히 주요 산업에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전략적 경쟁 관계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자동차·조선·철강 등 타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설 자리는 없다.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초격차로 따돌리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공급망 변화의 유일한 대응 전략일 수밖에 없다.
급선무는 관세 공포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내수침체에 더한 관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추경 규모를 15조∼20조 원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규제 혁파에도 나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국정협의체를 서둘러 가동시켜 관세 대응과 추경 처리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길 촉구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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