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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상호관세의 ‘90일간 일시중지 검토 중’이라는 현지 매체 보도가 있었으나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이를 부인했다. 2일 발표된 상호관세는 9일 발효된다. 5일부터 시행된 기본관세 10%에 한국(25%)을 비롯해 대미 무역 흑자국들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다만 현 미국발(發) 무역전쟁 타깃이 한층 분명해졌다. 바로 중국이며 아울러 중국의 대미(對美)수출 우회 경로 차단이다. 대표적인 중국제 산지 세탁지인 한국·베트남·멕시코 등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정 국가만 적대한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흑자 불균형 수준 등을 고려한 관세율이라는 명분 아래 중국 이외의 나라들에겐 협상 여지가 열려 있다. 일본·한국처럼 기술 선진국이자 미 안보 동맥국들의 경우 운신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전문가들 전망도 나왔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트럼프는 중국이 동일 세율(34%)의 대미 보복관세를 예고한 것에 맞서 “8일까지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 9일부터 발효된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모든 대화가 취소될 것이라며 “회담을 요청한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은 즉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양자무역 적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과 그외 나라들을 분리해 대처할 기조를 밝힌 셈이다. 상호관세 방침에 맞불관세로 나선 중국에 강경하게 맞섬으로써 다른 나라들이 중국 쪽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미 증시가 사흘째 폭락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어 당분간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중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계 입문 이래 언행을 살핀다면 이 관세전쟁 시작과 끝이 ‘중국 약화’ 전략임을 알 수 있다.
관세 관련 최신 소식은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며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는 가운데 나왔다. ‘협상을 위한 관세부과 일시중단 방안이 열려 있나’ 묻자 트럼프는 부정하며 “통상 분야에서 판을 다시 짤 기회”라고 답했다. 또 “우리를 이용하던 많은 나라들이 ‘제발 협상해달라’고 한다. 심하게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많은 나라가 협상하러 오니 이제 공정한 계약이 될 것이다. 그들은 상당한 관세를 낼 것이며 우리는 다시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 ‘맞불관세’를 비판하며 철회하지 않을 시 5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게 적용될 경우 중국산 제품 가격이 최소 두 배 이상 비싸진다. 일명 ‘좀비마약’인 펜타닐 원료 반입 문제로 이미 적용된 20% 관세에 더해 34%의 상호관세와 50%의 추가 관세까지 더해지면 트럼프 취임 이후 중국산엔 104% 관세가 붙게 된다.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를 거론하며 “중국을 존중하지만 그들이 그러면 안 된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 그것을 군비에 쓴다. 우리는 그러길 원치 않는다”고 사실상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중국의 세계패권 도전에 단호한 입장을 거듭 드러낸 셈이다. ‘유럽연합(EU)의 미국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 제안이 충분한가’ 질문엔 “아니, 그렇지 않다”면서 “(비관세 무역) 장벽”의 존재를 들어 관세 아닌 실질적 무역장벽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트럼프는 “20피트(약 6ｍ) 위에서 볼링공을 떨어뜨린 뒤 (차에) 흠집이 생기면 ‘팔 자격 없다’는게 EU 기준”이라며 “다른 나라 물건 안 받으려 이런 규칙과 규제를 만든 것이다. 그게 단 한 가지 이유”라고 몰아세웠다. 심지어 EU가 형성되던 시절부터 대미무역의 독점적 상황을 만들었다며 공정성·호혜성의 중요성을 짚었다.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대서양관계(미국-서유럽)의 비대칭성에 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불만을 드러내곤 했다. 일방적으로 미국의 호의에 기댄 구도라는 시각이다.
“우리(미국)와 EU 사이 3500억 달러 적자도 곧 사라진다. 우리 에너지를 사게 될 테니까”라는 트럼프 발언 또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전쟁 이래 러시아산 에너지를 스스로 끊고 고전 중인 EU를 향해 에너지 독립국 미국의 위상을 각인시킨 셈이다. 정치·이념 논리가 깊이 개입된 ‘기후위기론’의 ‘반(反)자본주의 정서’를 경계해 온 기존 태도를 재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일찍이 트럼프는 친환경 기조가 기업을 옥죄며 천혜의 미국 내 석유·가스 채굴을 금지해 물가를 올린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를 지난 대선 때 주요 이슈로 삼았다.
아울러 트럼프는 미국의 전면적 관세로 여러 나라들이 중국과 가까워질 가능성에 대해 “걱정 안 한다”며 “그들은 미국에 기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관세가 영구적일 수 있으며 협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의 모순점을 꼬집혀도 자신만만하다. “관세 이상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세란 하나의 협상 카드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취재진이 러시아에 상호관세가 없다고 짚자 트럼프는 “러시아와 아무 비즈니스가 없으며 그들은 전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제의) 원산지 세탁’ 문제 역시 더욱 뜨거운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이미 미국 정부가 중국의 ‘우회수출 기지’ 역할에 조사를 강화한 상태다. 한국을 경유한 중국의 대미 수출은 3단계를 거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이용해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저율관세로 한국에 들여온 다음 하도급체인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이용해 완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겉만 ‘메이드 인 코리아’인 중국제는 한·미 FTA 적용을 받아 미국에 수출된다.
한국 내 중국의 투자가 작년 8조3000억 원으로 1년간 4배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 상무부에서 중국의 우회수출을 심각하게 보며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앞서 중국의 우회수출 기지로 활용됐던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미국 진입 시 고율관세를 부과받는 불이익을 당했다. 한국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 이래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대상 고율 관세 ‘수출통제리스트’를 통한 직접 제재뿐 아니라 중국의 미국 내 기술산업 투자(FIRRMA), 미국 기술을 이용한 대중국거래(FDPR)까지 광범위한 제재를 단행했다.
다지역산업연관모형(ADB MRIO)을 이용한 수출 최종 귀착지 분석 결과, 2018년부터 중국의 베트남·멕시코 경유 대미국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 베트남을 통한 중국의 대미 제조업 우회수출은 2018년 16억 달러에서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이 시행된 2019년 41억 달러로 늘었으며, 특히 (중국)신장 지역의 주요 생산품인 섬유제품·금속가공제품·전기광학장비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섬유제품 우회수출은 2015년 2600만 달러에서 2022년 6억4000만 달러로, 태양광패널 등이 포함된 전기·광학장비 우회수출은 동기간 5500만 달러에서 3억6000만 달러로 뛰어올랐다.
중국의 대멕시코 수출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다. 최종적으로 미국에 들어간 금액이 53억 달러(2017년)→81억 달러(2019년)→105억 달러(2021년)였다. 이는 2020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로 자동차 등 품목의 역내생산기준 강화 시기와 맞물린다. 전기광학장비 우회수출이 2015년 12억 달러에서 2022년 29억 달러로, 운송장비가 1700만 달러에서 9400만 달러로 비약 성장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2월 트럼프가 내건 500만 달러(약 76억원)짜리 ‘골드카드’ 프로그램의 의미도 중국을 겨냥한 것일 수 있어 새삼 눈길을 끈다. ‘골드카드’란 500만 달러를 내면 미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트럼프에 따르면 “기존의 그린카드보다 훨씬 특별하며 부유한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와 돈 쓰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의 최대 고객이 중국 부자들일 확률이다. 그 정도의 현금을 가진 다른 나라 자산가가 미국에 오고 싶어할 동인은 중국인만큼 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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