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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음식의 고유한 전통과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식당이 있다.
심서환(37세) 대표가 운영하는 이북식어북쟁반 맛집 ‘양각도’와 북한식 순댓국을 파는 ‘온미가’다. 북한에서 내려온 윤선희 대표에 이어 아들 심서환 대표가 양각도를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심서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전통 이북음식 맛집 양각도·온미가
“저는 세무사가 꿈이어서 대학교 때부터 세무사 관련 공부를 많이 했어요. 세무사 1급 자격증을 따고 이어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그때 어머니가 양각도를 창업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당시 학교 수업이 끝나면 어머니 일을 돕던 게 계기가 되어 지금의 자리까지 온 거 같아요.”
양각도는 심서환 대표의 어머니인 윤서희 셰프의 이름을 걸고 창업한 이북식어북쟁반과 평양냉면 맛집이다. 어머니에서 아들까지 2대에 거쳐 운영되는 양각도는 평양냉면과 북한 스타일의 다양한 음식들을 전문으로 하는 북한요리 전문점이다.
“대학교 때 몇 년간 자취 생활을 하면서 집밥 요리를 정말 많이 했어요. 밖에서 먹으면 식비가 많이 나가서 스스로 요리해서 집밥 위주로 먹었죠. 그 당시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해서 음식 만드는 법도 전수받았어요. 그러다가 2014년에 강남에 음식점을 내고 장사를 했어요. 그때 음식점에 관심을 갖고 둘러보니 ‘백년가게’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도 장인정신으로 가게를 대를 이어 운영하면 ‘백년가게’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저는 상인이 아니라 장인이 되려는 꿈을 꿨어요.”
양각도 일산 본점에 가면 양각도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다.
“양각도는 평양 대동강에 위치한 섬의 이름으로 섬 양끝이 뾰족하게 각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함경도 출신의 음식 대가 윤선희 선생은 이곳의 이름을 따 이북 전통음식의 맛과 멋을 그대로 담았다. 미식가들의 별미 양각도의 평양냉면은 평양의 고급 음식점 옥류관의 정기를 담아 정통 그대로의 육수와 메밀향 가득한 면의 조화를 이끌어 냈다. 순 메밀 함량 80%를 고집해 완성도를 높인 훌륭한 면을 감칠맛이 매력인 심심한 육수에 적셔 먹으면 양각도가 만들어 낸 평양냉면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양각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이북식어복쟁반과 평양냉면이다. 기름진 듯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이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든든한 어복쟁반은 일종의 전골 요리로 겨울·봄 등의 계절에 잘 어울린다.
어복쟁반은 놋쟁반에 소고기 편육과 갖가지 채소를 푸짐하게 담고 가까운 사람끼리 둥글게 모여 앉아 육수를 부어 가며 먹는 음식이다. 추위를 이기게 해 주는 일종의 전골이자 온면으로, 의리 있고 인정 많은 평안도 사람들의 기질이 잘 표현된 음식이다.
“평양냉면은 시원하면서 담백함 속에 숨어 있는 맛을 찾아내는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후루룩 면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찰기가 있으면서 툭툭 쉬이 씹혀요. 면발이 두툼해 입안 가득 욱여넣고 씹는 맛이 일품이에요. 양각도 평양냉면은 양도 많아서 점심 한 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심 대표는 양각도를 찾는 손님들이 “북한 정통의 맛을 맛보는 느낌” “요리란 국적과 상관없이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존재”라고 호평했다며 웃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외식업종이 모두 직격탄을 맞았어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그때 떠오른 생각은 소비 침체 시기에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즐기면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순댓국을 떠올렸어요. 보통 순댓국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제가 그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든 음식점이 ‘온미가’예요. 깔끔하면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을 내기 위해 연구에만 6개월 넘게 매진했어요.”
온미가는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이다. 심 대표는 온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온미가는 곧 3호점과 4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순댓국은 먹는 사람들 연령대가 높아요. 또 한국엔 40·50세대가 좋아하는 국밥의 문화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20·30세대도 데이트를 할 때 순댓국을 먹을 수 있는 깔끔한 공간과 냄새가 나지 않는 순댓국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어머니도 평양이나 평안도 지역의 순댓국은 냄새가 없다고 해서 많이 참고를 했어요. 순댓국이 됐든 사골이 됐든 깔끔하고 깨끗한 음식으로 옛날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지키면서 우리만의 색을 입히려고 했죠.”
온미가는 순수 사골 육수를 사용하며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최상급 재료들만 엄선해 요리하고 있다. 온미가에선 순대국뿐 아니라 수육을 비롯해 내장탕·곱창 튀김 등 흔히 맛보지 못했던 특별한 음식들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재료와 찹쌀의 조합으로 전통을 고집해 만든 토종 순대와 특별 양념에 재우고 식감이 잘 살아 있는 오소리감투볶음까지 항상 따듯하고 신선한 음식들로 뜻깊은 추억을 선사하자는 게 온미가의 목표고 정체성이에요.”
온미가의 순댓국 국물은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맑고 시원한 느낌이 입안 가득 퍼지는 맛이다. 순대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으로 국물과 잘 어우러져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고 심 대표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창업 센터부터 후원까지… 지역사회에 도움
심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과 함께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외식업계 창업 지원과 교육·지역 어르신을 위한 후원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외식 창업을 꿈꾸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창업 지원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창업센터를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사실 창업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막연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사업 초기부터 서포트를 해 주려고 해요.
사업 계획서 작성부터 모자라는 예산 충당하기 등 외식 사업을 하려면 해야 하는 것들이 많거든요. 특히 펀딩 등 다양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초반에는 북한이탈주민만 대상으로 시작하고 규모가 커지면 남·북 청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창업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양각도는 2020년 소셜 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오픈한 ‘양각도 평양냉면’이 목표액 1000%를 돌파하기도 했다. 와디즈 펀딩은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창업자나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나 제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당시 심 대표는 “와디즈 펀딩을 오픈하자마자 달성한 수치에 놀라면서도 팬들의 이런 사랑에 힘입어 더 맛있는 평양냉면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앞으로 양각도는 더 완벽한 북한 음식을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심 대표는 지역 어르신을 위한 시원한 한 끼 식사 후원에 이어 지금까지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을 이어 오고 있다.
“고객들이 우리 가게 음식을 좋아하고 사랑해 주시는 만큼 저도 지역사회에 이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까지의 성과들은 나만의 노력으로 얻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대학생을 위한 후원도 할 예정이에요.”
양각도는 어르신들에게 시원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사랑의 냉면’ 1800인분을 후원하기도 했다. 사랑의 냉면은 무더운 여름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연수노인복지관·청학노인복지관·송도노인복지관 등 3곳에 지원됐다.
심 대표는 ‘양각도’와 ‘온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양각도는 본점만 2개를 운영하고 온미가는 본점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는 양각도 프랜차이즈 사업과 온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 프랜차이즈를 20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예요. 프랜차이즈 사업뿐만 아니라 창업센터와 지역사회 후원 등도 함께 진행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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