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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 크고 무겁다. 우리 전통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지지를 한데 묶어 보수정당의 방향성을, 보수주의 정치철학의 틀을 바르게 세워 나가야 한다. 6월3일 제21대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사 및 탄핵소추 과정의 준법성과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는 인정할 수 없지만 국민의힘이 배출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 현실에서 환골탈태가 요청된다. 국민의힘이 건실해야 다수의 힘만 믿고 입법 독재 등을 일삼는 더불어민주당의 ‘독선’을 막을 수 있고 국민 신뢰 속에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등록 상황을 보면 과연 대선 승리가 가능할까 하는 회의감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 후보 등록에 총 11명이 신청했고 22일 2차 경선 진출자 4명이 발표된다. 그러나 이유야 어디에 있든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 불출마를 선언해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주자 가운데 중도층 지지율(14%)이 가장 높았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이 경선에 참여했다면 당의 외연 넓히기와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됐을 것인데 아쉽다.
더구나 국민의힘 주자들이 ‘반(反)이재명’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상황도 답답하다. 후보들의 출마 선언문에서도 국민의힘 대선 최대 전략이 ‘반(反)이재명’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과 싸워 이길 사람’ ‘이재명이 제일 두려워할 사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나라의 운명도 저버릴 수 있는 위험한 정치인과 그를 맹신하는 극단적 포퓰리스트들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괴물 정권이 탄생해 나라를 망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등 이 전 대표를 직격하고 있다. 공포 마케팅을 펼치며 저마다 자신이 ‘이재명 대항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이재명’ 구호를 외치면 외칠수록 ‘이재명이 강하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될 수 있다. 될 사람에게 표가 쏠린다는 밴드왜곤 효과(bandwagon effect)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앞에 놓인 과제는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당내 혼선을 해소하지 않고는 단일대오로 대선에 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탄핵 찬반 후보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승자의 손을 맞잡아 주면 ‘탄핵의 강’을 넘어설 수 있다. 주자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반전의 경선 드라마를 쓰면 승리한 후보의 본선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내부 기득권 싸움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불리한 대선 구도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분명코 지금처럼 진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보수 진영은 인물과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도록 힘을 모으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성장과 정의, 공영을 지향하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도그마적 이념에 갇힌 사고는 보수가 스스로를 해치는 칼이 될 것임을 직시하고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작금 대한민국은 국내외에서 경제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국민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폭탄’을 앞두고 국난적 복합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의 성장을 뒷받침해 주던 미국과 중국은 기술·경제·안보가 융합된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참된 보수의 품격을 앞장서 구현해야 할 국민의힘과 대선 예비후보들이 비전을 제시해야 현실을 딛고 미래를 열 수 있다. 그래야만 국민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 국제 경쟁의 거친 파고를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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