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에 이어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감을 재점화했다. MS는 몇 년 안에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많고 이전 양자컴퓨터 상용화 예상이 빗나간 전례도 있는 만큼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을 예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MS는 19일(현지 시각) 자체 개발한 위상초전도체를 사용한 양자 컴퓨팅 칩 마요라나 1을 공개했다. MS는 인듐 비소와 알루미늄 등으로 위상적 큐비트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기존 초전도 큐비트는 외부 충격 등에 취약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위상적 큐비트는 모양이 변해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다.
MS에 따르면 현재 마요라나 1에 큐비트 8개가 탑재됐으며 단일프로세스 100만 개 이상 탑재할 수 있다. 큐비트가 늘어날 수록 성능이 향상되는 양자컴퓨터의 특성상 이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손바닥만한 크기이기 때문에 기존 양자컴퓨터보다 공간을 덜 차지하고 데이터센터에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MS는 “큐비트 100만 개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시점을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작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칩 개발로 양자컴퓨터 시대가 몇 년 안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중첩 등 양자역학을 활용한 컴퓨터로 기존 컴퓨터가 0과1만 구분할 수 있는 반면에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공존하는 큐비트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수백 년이 걸리는 문제를 몇 분 만에 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양자컴퓨터가 곧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관련 기업 주가가 상승했으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발언을 하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또한 부정적인 예상을 내놓으며 관련 기업 주가도 폭락했다.
그러나 최근 순다르 피차리 구글 최고경영자가 5~10년 안에 양자 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데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양자칩을 공개하며 양자컴퓨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빌 게이츠 MS 공동 창업자 역시 4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5년 안에 양자컴퓨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이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주목 받는 인공지능(AI)의 경우 AI 학습에 필요한 GPU 수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학습 속도 또한 100배 이상 상승한다.
또한 MS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물질을 별다른 실험 없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이나 산업 신소재 개발 또는 환경 오염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영역의 혁신이 가능하다.
한편 양자컴퓨터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소인수분해인데 이에 따라 소인수분해를 주요 원리롤 사용하는 암호 분야에서는 취약성이 드러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양자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양자암호 또한 개발 중이기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암호 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결과만 발표됐을 뿐 실제로 양자컴퓨팅 기술을 구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양자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해도 오류율이 높고 큐비트가 늘어날 수록 오류도 증가하는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 프레스킬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교수가 201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수천 큐비트를 연산에 쓰기 위해 수백만 개의 큐비트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상의 구현을 넘어서 실질적인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할 것이 많다.
실제로 2019년에도 구글이 슈퍼컴퓨터가 1만 년이 걸리는 연산 작업을 200초 만에 계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특정 상황에서만 성립할 뿐 양자 우위(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앞지르는 것)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반박이 나왔다.
IBM은 2018년 ‘IBM 싱크 2018’에서 양자컴퓨터 브랜드를 공개하며 5년 안에 산업 현장에서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2025년에도 양자컴퓨터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자신했음에도 실질적인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한 전례가 있으며 양자컴퓨터 개발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관계자들도 많은 만큼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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