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의 기고] 통치행위 없이 핵무장·전쟁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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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23 15:01:42

2024년 10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발표한 대한민국 국민의 핵무장 지지 여론은 71.4%를 기록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고작 19.8%에 불과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에 한국은 핵무장을 하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국민은 압도적으로 핵무장을 지지했다. 작년 6월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으로 핵무장론 주장이 펼쳐져 국민의 자체 핵무장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고조되기도 했다.

북한은 과연 국제사회의 바람대로 핵을 포기할 것인가? 현실적인 측면에서 북한 비핵화는 이미 오래전 하나의 구호나 외침으로 전락해버렸다. 오히려 1월15일 과학국제안보연구소(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데이비드 얼브라이트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우라늄을 용융시키기 위한 스페인의 진공로를 도입하기 위해,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중국을 거치며 HS코드를 단계적으로 변경해 고철 수입으로 위장하기까지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제재의 구멍이자 조력자로 활동하며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한 전직 대통령 문재인은 핵무장에 필수적인 중수로를 경제성이 없다며 멈춰 세우고, 한수원은 수소폭탄의 핵심 재료인 중수 80t을 “중수 파시나요?”라는 한 줄의 이메일을 기화로 중국에 팔아넘겼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그야말로 벼랑 끝을 넘어 그들의 손에 들어가 있다.

통치행위의 위기, 안보의 위기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통치행위론의 위상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통치행위는 행정부의 행위 중에서 사법심사를 절대적으로 면제받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은 ‘대통령의 통치행위 역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사법 만능주의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통치행위의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사법심사와 통치행위 그 자체에 대한 사법심사를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야당은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살포, 해외 분쟁 지역 파병 등을 ‘외환 행위’라며 특검수사를 추진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여당 의원들과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이례적으로 반발하며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안보의식을 찾기 힘든 이러한 주장 앞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이 압도적으로 원하는 핵무장, 하다못해 잠재적 핵무장의 추진을 기획이라도 할 수 있을까.

▲ 2025년 1월15일 과학국제안보연구소 데이비드 얼브라이트가 작성한 보고서 발췌.

프랑스의 210회 핵실험과 반발 그리고 통치행위

통치행위론의 원류인 프랑스의 역사를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는 1960년도부터 1996년도까지 지하 및 지상에서 총 210회에 걸친 핵실험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주로 실험을 했지만 1968년도에 사막 지역을 알제리 정부에 이양한 후로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실험을 이어갔다. 이후 1992년 미테랑 대통령은 다른 강대국들의 핵실험 중단 선언에 발맞춰 핵실험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추가 핵실험 필요성을 보고받은 시라크 대통령은 1995년 1월27일 폴리네시아령 팡가타우파 지역에서 마지막 실험을 실행하게 했고, 이틀 뒤 프랑스는 핵실험 중단을 재차 선언했다.

일찍이 핵실험을 막다가 배를 잃기도 했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핵실험을 재개한다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1995년 6월13일자 결정을 취소하라며 프랑스 행정최고재판소에 소를 제기했다. 1985년 그린피스의 배가 프랑스 정부의 폭파공작에 의해 침몰한 바 있기에 국제적인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1995년 9월29일 최고행정재판소는 행정부의 국제관계에 관한 일이라며 사법심사가 적용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핵실험 추진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통치행위로 인정하며, 여론을 등에 업은 국제환경단체의 신청을 각하한 것이다.

통치행위 없이는 핵무장도 없어

우리나라의 핵무장이 고작 몇 개월 만에 가능하다는 놀라운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난한 협상 과정과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체 핵무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검증하는 핵실험이 필수적인 단계로 자리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집요하고 강력한 제재를 견디면서도 제7차 핵실험 향해 나아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핵무장에 진심이라면, 사법부가 핵무장을 위한 결단을 심사토록 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다. 대통령의 통치행위 없이는 핵무장도 없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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