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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거리에 사람이 없어. 원래 이맘때면 못해도 6건은 콜을 받았어야 하는데 5시간이 넘도록 허탕이야, 허탕!”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해 12월24일 밤. 모처럼 지인과의 만남을 마무리한 기자에게 택시기사가 밝게 인사하면서 던진 말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일부러 강남·홍대 앞 등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다녔음에도 손님을 적어도 6명은 받았어야 하는데 우리 일행이 2번째 탑승객이라고 털어놨다.
“오늘 무슨 날인가요? 다들 어디로 갔는지 손님이 통 없네요. 코로나19 때에도 연말이면 사람이 가득 찼었는데 이제 먹고살 걱정부터 해야겠네요.”
지난해 연말 특수를 앞둔 토요일 저녁,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 위치한 고깃집 사장이 건넨 말이다. 자주 방문하는 고깃집인데 식당에 입장하려면 늘 30분은 기다려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연말 특수를 한창 누려야 할 한 해 마지막 주말에도 만석이 되기는커녕 손님은 필자 일행을 제외하면 1팀뿐이었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불황을 맞이한 가운데 탄핵 등 정국 불안으로 골목 상권과 식당가는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2월19일 올해 소비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3%는 올해 소비를 지난해 대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올해 가계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평균적으로 1.6%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줄었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연말 행사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했으나, 지난해 말 안타까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무거운 분위기의 연말을 맞이하면서 이달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됐다. 이에 기업들의 송년회가 미뤄지는 등 상권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마저 1480원대를 기록하는 등 탄핵 등의 정국 불안 여파로 금융위기 수준의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전체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물가 부담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도 나온다.
또 우리 경제성장의 근간이 되는 수출은 미국 새 정부의 출범으로 미래를 그려 나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운 관세 정책이 올해 현실화되면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지난해부터 줄곧 제기되고 있다.
주요 기관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이미 2.0% 전후로 낮아졌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0%로 낮췄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을 2.1%로 잡았다. 물론 내수가 회복될 거라는 전망에 근거한 성장률 전망치다.
경제연구원의 아찔한 저성장 전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8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같은 해 9월의 전망치(2.2%)에서 0.5%p 하향 조정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기존 2.5%에서 낮춰 잡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이 탄핵 정국 등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경제를 에워싼 환경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국내 정국 불안·안타까운 참사까지 2024년은 위기의 해였다. 경제팀은 올해 사회 취약층에 대한 지원을 더욱 두텁게 강화하고, 수출 등 거시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정국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국에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치 불안 여파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떠안을 필요는 없는 만큼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뿐이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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