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살이에 보험은 부담… 해약 건수 전년比 20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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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8월 효력상실 환급금 1조1399억 원… 최근 5년간 최대치
고금리·경기 침체 따른 보험료 납입 여력 줄어든 영향으로 추정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6 10:48:00

▲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생명보험사 22곳의 효력상실 및 해약 건수는 총 469만362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49만3928건) 대비 19만9701건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팍팍한 살림살이에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중도에 해약하거나 보험료를 제때 내지 않아 효력을 잃은 생명보험 계약 건수는 약 460만 건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0만 건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특히 보험 효력상실의 증가 폭이 컸다. 고금리 부담이 여전하고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이 불어나고 있어 보험 효력상실·해약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데일리가 6일 생명보험협회의 생명보험 통계를 확인한 결과 올해 1~8월 생명보험사 22곳의 효력상실 및 해약 건수는 총 469만3629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449만3928건) 대비 4.4%(19만9701건) 늘어난 규모다. 최근 4년 중(2021~2024년) 최대치다. 효력상실 및 해약계약 금액도 8월 누적 139조6426억 원을 기록하면서 4년간 평균 135조9927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효력상실 및 해약은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내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보험 계약의 효력을 잃거나(효력상실) 경제적 이유 등의 이유로 가입한 보험을 자발적으로 해지하는 것(해약)을 말한다.

특히 효력상실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보험사들이 효력상실 명목으로 가입자에게 돌려준 환급금은 올 8월까지 1조1399억 원에 달했다. 작년 8월(1조947억 원) 대비 4.1%(452억 원) 늘어난 데 이어 최근 5년 중(2020~2024년·8월 누적 기준) 가장 컸다.

연초보유계약액과 신계약액을 더한 수치를 효력상실해지액으로 나눈 효력상실해지율도 5.5% 수준이었다. 1월 0.8%·2월 1.5%·3월 2.3%·4월 3.0%·5월 3.6%·6월 4.2%·7월 4.9% 등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보험 해약이 늘어난 것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자금난으로 풀이된다.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당장 먹고사는 것과 상관없는 보험에 손을 댄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1%대 시절 2022년 5월 74조1817억 원이었던 생명보험 효력상실 및 해약 금액은 2023년 초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르면서 그해 5월 94조2306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20조 원 불어났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계약 유지율에는 보험계약자의 경제적 요인과 산업 내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들의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듦에 따라 보험상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져 보험 해지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해지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지 환급금 범위 내에서 자금을 융자할 수 있는 대출 서비스로 대출 이자를 내지 않아 대출 원리금이 해지 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 계약이 해지된다.

문제는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의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8월 기준 생명보험 22곳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5조2344억 원으로 1월(62조21억 원) 대비 3조 원 이상 늘어났다. 1년 전(58조3097억 원)과의 격차는 무려 7조 원에 달한다. 9월 중 생보사 13곳의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평균 5.4%(금리확정형 기준)다.

고금리 부담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17곳)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서민금융제외)는 9월 기준 6.0%로 한은 기준금리(3.25%)를 크게 웃돈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67곳)의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15.8%에 달한다. 타 금융권 대출 상환을 위해 보험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계약대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보험 효력을 잃을 수도 있는 셈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물가 상황에서 당장 고정비로 많이 나가고 비용 부담이 커져 소비자들이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 같다”며 “이자 연체 시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보험계약대출이 최근 많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