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 장기적 울분 겪어… 30대 가장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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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성인 1024명 대상 조사
“심각한 수준 울분 겪는 이들 60%가 자살 생각한 경험 있어”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7 14:20:17

▲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출근 중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가 가장 높은 수준의 울분을 겪고 있으며 10명 중 1명은 심각한 울분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27일 발표한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심각한 울분을 겪고 있는 응답자도 9.3%에 달했다.

조사에서 울분의 수준은 △1.6점 미만(이상 없음) △1.6점 이상∼2.5점 미만(중간 수준) △2.5점 이상(심각 수준) 등 3단계로 나누어 측정됐다. 연구팀은 1.6점 이상은 중간 수준 이상의 울분 속에 있거나 그런 감정이 계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로 규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러 문헌에서는 울분을 부당하고 모욕적이고 신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설명한다.

연구진은 성별·연령·교육 수준·소득 수준 등 인구 사회적 변수에 따른 울분 점수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연령에 따라 울분 점수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특히 30대에서 심각한 울분을 겪는 비율이 13.9%로 가장 높았으며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3.1%로 가장 낮았다. 또한 30대는 정상 상태로 평가된 1.6점 미만의 비율(45.7%)도 가장 낮았다.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른 울분 점수의 차이도 뚜렷했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묻고 상중하 3개 구간으로 나눈 뒤 울분 점수를 비교했을 때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하는 응답자 335명 중 60%가 장기적 울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신을 ‘상층’으로 인식하는 응답자 239명 중 61.5%는 이상 없음 상태였다.

최근 1년 부정적 사건을 하나라도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조사에서 부정적인 사건은 총 15개가 제시됐으며, ‘심한 모욕이나 부당한 취급을 받음’ ‘가족이 사망함’ 등이 포함됐다.

울분과 자살 생각을 비교해 본 결과 2.5점 이상의 심각한 울분 상태에 있는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전반적인 세상의 공정함에 대한 믿음’ 점수는 60세 이상에서 3.42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20·30대에서는 3.13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한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사회·정치 사안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평균 3.53점(매우 울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