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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리처드 포드도 이 소설집을 자신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아주 드물게, 내가 항상 읽고 싶어 하는 작가”라는 추천사를 남겼다.
한편 비평가들이 가장 주목한 작품은 단편 ‘굴복’이다. 이 작품은 맥가헌의 ‘회고록’에 나온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일화를 모티브로 한다. 존 맥가헌은 클레어 키건에게 문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맥가헌의 아버지는 몇 년 동안 약혼자였던 여성과의 결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오렌지 20여 개를 구입해 공원 벤치에 앉아 그 자리에서 전부 먹어 치운다. ‘굴복’에서도 오렌지를 먹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오렌지는 결혼이라는 무거운 책임에 굴복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마지막으로 허락하는 방종을 상징한다.
키건은 한 인터뷰에서 짧은 이야기를 쓰는 이유에 대해 “세상의 장편소설은 대부분 너무 길다. 저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어떤 강렬함으로 묘사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본질만 남을 때까지 주변에 있는 것을 덜어냄으로써 삶의 중요한 순간을 더욱 분명하게 그려내는 솜씨는 키건 작풍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번 책은 국내에 세 번째 소개되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소설집이다. 이 초기작 역시 세밀하게 깎아 드러낸 암시와 은유적 표현을 자랑하며 소설 형식을 시처럼 정제하는 그의 뛰어난 능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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