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개혁당 대표 “우크라이나전쟁은 서유럽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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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라지 “푸틴이 잘못했지만 서구가 핑계 제공”
내달 4일 조기총선… 지지율 보수당 앞서 약진 예상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3 17:47:39

▲ 영국개혁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가 BBC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쟁 발발을 둘러싼 서구의 책임을 말해 논란이 거세다. 그러나 유권자 표심을 끌며 내달 4일 총선에서 약진이 예상된다.

▲ 패라지는 “푸틴이 잘못했지만 서구가 핑계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소련 해체 당시 서방 지도자들 약속과 달리 나토가 계속 동쪽으로 확장되며 러시아를 불안하게 했다는 것이다.

영국 조기 총선을 앞두고 영국개혁당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패라지 대표가 우크라이나전쟁을 촉발한 요인은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진(東進)이라고 말해 거센 논란을 불렀으나 오히려 지지율이 오르는 분위기다. 이번 조기총선을 통해 약진이 예상된다.

패라지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방영된 BBC방송 인터뷰에서 “나토와 EU가 계속 동쪽으로 확장해 온 게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러시아국민에게 ‘그들이 다시 우리를 노리고 있다’며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줬음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는 패라지 대표가 소셜미디어 게시글 질문 “우크라이나전쟁이 EU와 나토 확장의 결과”라는 주장 관련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소련 해체 당시 미국 등 서방 지도자들이 “단 1센치도 나토의 동진은 없다”고 다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자리 대표는 그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서유럽)가 (우크라이나)전쟁을 유발한 셈”이라고 말해 왔다. “물론 그(푸틴)에게 잘못이 있지만 우리가 한 일을 핑계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 같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예측한 사람은 영국 정가에 나뿐이었다”며 그로 인해 심한 왕따를 당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패라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총선을 앞둔 영국 정치권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이날 유세 중 패라지 대표의 언급에 관한 질문을 받자 “완전히 틀렸다. 푸틴 손에 놀아나는 것이며 푸틴을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일축했다.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 역시 유세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역겹고 수치스러운 발언”이라며 “(총선에서 당선돼) 의회에 나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러시아가 침략국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사안에 대해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존 힐리 대변인도 “이번 발언으로 패라지 대표가 의회에서 진지하게 당을 이끌거나 어떤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논평했다.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를 외치며 2015년 이래 국민투표 과정에서 스타가 됐다. EU 주류의 방향성이 초래한 급격한 다양성과 대량 이민으로 서민의 삶이 파괴됐다는 시각을 피력해 온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의기투합하는 등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패라지 역시 국내외 주요 언론이 “극우 포퓰리스트”로 몰아붙여 왔지만 ‘자국 우선주의’ ‘서민‧중산층 되살리기’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13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개혁당 지지율이 19％였다. 집권 보수당(18%)을 앞선 것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