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청렴과 담 쌓은 GKL 쇄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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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9 00:02:30

감사만 하면 각종 비리가 쏟아져 나오는 공기업이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다.

GKL 임직원은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징계 통보를 받았다. 카지노 사업장 이전공사에서 간부들이 관리와 감독에 소홀해서 GKL에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였다. GKL 이전공사 담당자 2명은 공사 과정에서 36건의 설계변경 사항이 발생했지만 현장 확인 등 조치 없이 그대로 승인했다.

계약 업체와 감리자가 구두로 보고한 설계변경 사항이었는데 이들 담당자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산 고급 자재 대신 중국산 저가 자재를 사용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 중국산 자재가 사용돼 시공됐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계약 업체에 자재 가격 5719만 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업무를 담당한 간부에 대해 징계(경징계 이상)를 요구했다. GKL은 중국산 자재 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환수했다고 밝혔지만 간부들의 업무 태만으로 GKL이 5719만 원의 사실상 손해를 입었던 만큼 감사원 지적과 더불어 내부에서 업무상 배임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감사에서 GKL은 모든 임직원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임대·지급했고 수면프로그램 등을 이유로 대체 휴무를 과다하게 운영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국정감사 때마다 GKL의 비위 사실들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10월 진행됐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GKL 오사카 사무소장이 일본 고객이 맡긴 2500만 엔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오사카 사무소장은 해고 등 징계 조치 없이 팀원으로 보직이 변경됐고 스스로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험 후순위 투자상품 사모펀드 ‘다올 KTB 항공기 투자형 사모신탁 제30호-3호’에 100억 원을 투자했으나 만기가 다가오면서 원금 전액을 손실로 회계 처리해 버리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투자를 진행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과거에도 2022년 6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GKL로부터 받은 ‘감사보고서 및 징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6월15일까지 7건의 성 비위 징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같은 해 진행된 국정감사에선 성 비위 등으로 중징계를 받은 직원에 대해서도 성과급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기업인 GKL의 성과급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당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GKL은 지난해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2년간 2등급을 받으며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지만 작년엔 한 계단 내려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정도를 보면 ‘공기업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비율은 2022년 7.7%에서 지난해 9.5%로 늘었고, ‘별로 믿지 않는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37.3%에서 39.1%로 늘었다. 공기업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매년 감사 때마다 비위 사실이 적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영산 GKL 사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다. 김영산 사장이 취임한 2021년 9월 이후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관료 출신 공기관 사장의 느슨한 경영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GKL이 기강 해이를 바로잡고 국민 앞에 떳떳한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