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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다. 최전선 골목상권을 지키며 대한민국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획일화된 박리다매식 사업 진출을 비롯해 상권 탈취·규제·세상의 편견 등 각종 위협으로 쉼없는 고통을 경험한다. 이에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는 특별기획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를 마련했다.
“20년 전에도 5000원, 지금도 5000원. 광장시장은 빈대떡이 유명해요. 지금의 광장시장이 있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고, 20년 동안 서울상인연합회 회장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쓸 수 있는 초석이 됐어요.”
60년 가까이 전통시장에서 잔뼈가 굵어 온 ‘시장 전문가’로 불리며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추귀성 서울상인연합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추 회장은 광장시장에서 박가네 빈대떡을 수년간 운영하고 있는 시장 상인의 일원이다. (상인회)는 서울 지역 165개 전통시장과 상점가 상인들의 권익 보호와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20년 전 광장시장에 터를 잡고 빈대떡 장사를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광장시장은 한복 원단을 판매하는 포목점이 주를 이뤘고 빈대떡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어요. 빈대떡은 원단을 구입하러 온 포목 상인들이 오다가다 즐기는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았죠. 그러나 이제 광장시장은 소비자들이 원단을 구입하러 오는 게 아니라 빈대떡을 즐기기 위해서 찾는 명소가 됐어요. 이젠 광장시장하면 빈대떡이 떠오를 정도로 빈대떡이 광장시장의 상징적인 브랜드가 된 거죠.”
추 회장은 17세부터 광장시장에 들어와 이런저런 장사도 하고, 오퍼상도 하고 호텔 납품도 하다가 망해서 광장시장을 등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에 광장시장에 다시 들어와 빈대떡 장사를 시작했다. 추 회장은 주변 상가에 빈대떡 무료 나눔 행사를 하고 홍보 전단지 등을 돌리면서 빈대떡을 광장시장의 대표 음식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기초로 한 추 회장의 마음가짐과 홍보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바가지 논란 이후 광장시장은 어떻게 바뀌었나
“바가지 논란 이후 시장 이미지 개선을 위해 모든 시장 상인들이 한마음으로 적자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양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이번 사태 이후 메뉴판을 동일하게 해서 다는 등 상인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광장시장은 지난해 11월 한 유튜버가 전집에서 바가지를 썼다는 영상을 인터넷상에 올린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시켰는데 그릇에 담겨 나온 전이 10개를 조금 넘는 양이어서 SNS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논란이 커지자 상인회가 나서서 해당 노점에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이어 상인 100여 명을 모아 반성 대회까지 열며 변화를 다짐했다. 이들은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양을 제공하는 가격 표시제 준수를 약속하며 가격과 친절·위생을 다 잡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광장시장 내 점포들의 메뉴판은 대부분 빨간색 메뉴판으로 변경돼 있다. 빨간색 메뉴판은 가격 또한 점포마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동일한 가격으로 명시돼 있어 소비자는 그저 어느 가게에 들어가 주문할 것인지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노점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 안 좋은 소문이 돌면 이곳 상인들이 전부 피해를 봐요. 이번 사건이 모두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어 좋은 서비스로 시장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빈대떡 가격을 ‘5000원’으로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빈대떡 가격이 20년 전에도 5000원, 지금도 5000원이에요. 주변 상가 상인들로부터 빈대떡 가격을 1000원 올리면 안 되겠느냐는 문의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만약 가격을 6000원으로 올리면 박가네 빈대떡은 가격을 4000원으로 내리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빈대떡 가격 5000원을 유지하고 있어요.”
“사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광장시장 하면 빈대떡, 빈대떡 하면 광장시장’으로 통할 정도로 빈대떡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어요. 사실 브랜드는 소비자 인식이 중요한 부분인데 가격을 올리면 광장시장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봐요. 그래서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빈대떡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가격 관련 잡음도 없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광장시장 빈대떡이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상인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지난해 5월 서울 광장시장상인회는 일본 도쿄에서 아메요코 상점가 연합회와 자매결연을 맺었어요. 광장시장과 아메요코 상점가는 자매결연을 통해 서로의 시장을 자국민이 많이 이용하도록 홍보와 대표상품 판매 촉진을 적극 지원하고 성공사례 확산을 위한 상호 교차 반문 등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합의했어요.”
“요즘 온라인 쇼핑 등 유통 환경의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양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시장으로 재도약하는 데에 서로의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매결연을 맺고 두 국가의 전통시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활성화하는 첫 사례가 되도록 서로 노력하기로 했어요.”
“같은 해 8월 서울시 명예시장에도 위촉됐어요. 상인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받은 명예직이라 다시 한 번 소명의식을 느꼈어요. 소상공인의 한 사람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부분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빈대떡을 가지고 이커머스 시장에 도전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전통시장이 특성상 오프라인 판매가 대부분인데, 코로나19 기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장사가 되지 않아 장사를 접는 시장 상인들이 많았어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대표 이커머스 업체들에 전통시장 전용관을 열기 시작했어요. 특히 위메프 같은 경우는 위메프 어플리케이션(앱)에 ‘서울 전통시장 전용관’을 열고 광장시장 유명 먹거리부터 생활용품·의류 등 실제 상점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어플리케이션(앱)에 전통시장 전문관을 열어 소상공인과 시장상인들의 유통 판로를 열어 주고 있다.
25일 전국상인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들었다
“10대 때부터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어떤 어려움도 묵묵히 견뎌 내며 상인의 역할을 다했어요. 저도 서울 광장시장에서 인생의 첫발을 내딛은 이래 이 순간까지 시장 상인들과 한마음으로 일해 왔고,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상인회장도 하고 서울특별시상인연합회장도 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유통체계의 급변으로 우리 상인들의 터전인 전통시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나서서 상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 각 시·도지회 네트워크는 물론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내 시장 단위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기예요. 이런 중요한 시점에 전국상인연합회가 맡아야 할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됐어요.”
추 회장은 이번 선거 공약으로 △전국상인연합회 상인역사박물관 건립 △정부·지자체 지원사업 확대 및 시스템 운영 구축 △전통시장 박람회 효율적 운영 △정부기관 교류 확대 및 워크숍 강화 운영 △전국상인연합회와 대형마트 간 상생협의체 체계 구축 △해외 선진시장 교류 및 벤치마킹 연수 실시 △전국 상인 체육행사 개최 △청년상인 육성 및 노령상인 건강관리 시스템 연계 추진 △전상연 주관 온라인마케팅 및 홍보시스템 구축 △전국 지회장 등 상인회 임원 지원 방안 및 상인 지원체계 마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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