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억제 풍선효과... 시중은행 기업대출 부실화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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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하나·우리은행 기업대출 NPL 1조8593억원
시중은행 3사 가계대출 NPL은 7399억원에 불과

이상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7 13:05:33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해 실시한 기업대출 가운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대폭 늘었다. ⓒ스카이데일리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가계부채 부실이 한국경제에서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기업대출을 늘렸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불황에 시달리면서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회사가 늘었다. 가계부채 부실화를 억제하자 기업부채 부실화가 드러나는 풍선효과인 셈이다.

스카이데일리가 17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해 실시한 기업대출 가운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대폭 늘었다.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채권을 뜻하는 NPL은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낸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업을 상대로 총 587조9772억 원을 대출했다.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밀린 NPL은 1조8593억원(0.32%)이었다. 가계대출 총액 432조1484억 원 가운데 NPL은 7399억 원(0.17%)이었다. 국민은행 등만 놓고 보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부실이 심각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기업대출 가운데 NPL이 0.42%였다고 집계했다. 2022년 NPL이 0.26%였으므로 부실채권이 무려 61.5%나 늘었다. 하나은행도 NPL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가운데 NPL이 0.29%였다고 분석했다. 2022년 NPL(0.24%)보다 0.05%p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NPL 비율이 0.23%로 전년과 같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NPL 증가에 대해서 “그동안 기업대출 부실채권을 신경써서 관리해왔다”면서 “그러나 NPL이 늘어난만큼 더욱 신경을 써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 건정성 악화를 조기에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업대출이 한달 사이 8조원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2021년 8조9000억원 증가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폭이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이 실시한 기업대출은 지난해 1247조7000억원으로 2022년(1170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6.6%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이 1095조원으로 3.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기업대출 증가율이 약 1.9배인 셈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니 기업대출이 부실해지는 현상은 한국경제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으니 기업대출 부실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기업대출 건정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