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직장 못 찾는 청년… 청년 취업자 16개월 연속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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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월 고용동향’… 취업자 수 32만9000명 늘어 2개월 연속 증가
지난달 15~29세 취업자 수 6만1000명 감소… 노년층은 30만 명 증가
“청년·30대, 조건 맞는 직장 못 찾아”… “대기업 원하지만 대부분 中企”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3 13:38:22

▲ 지난해 개최된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 씨는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지 3년여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이었지만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정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컴퓨터 공학에 관심이 생겨 구직과 병행하며 관련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다. 최 씨는 여러 중소기업에서 면접 제의가 들어왔지만 급여·처우 등이 만족스럽지 않아 급여가 높기로 유명한 개발자 등 분야나 규모가 큰 회사에 취업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취업자 수가 2개월 연속 30만 명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청년층의 취업자 수 감소는 1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최 씨의 경우처럼 청년 세대의 대기업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통계청은 13일 ‘2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며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가 2804만3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32만9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취업자 수는 올해 1월 38만 명 증가한 데 이어 2월까지 2개월 연속 30만 명대 증가세를 보였다.

연령별로 보면 향후 ‘경제 허리’ 역할을 할 청년 고용은 위축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6만1000명 줄었다. 15~29세 취업자 수는 2022년 10월 2만1000명 증가한 이후 같은 해 11월 5000명 감소 전환했고 2월까지 1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청년층 인구가 21만8000명가량 감소하면서 취업자 수도 증가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청년 인구 감소 문제뿐 아니라 청년들이 대기업 등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길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하면서 취업자 수 감소세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취업하기 원하는 기업 가운데 대기업이 6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KDI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50인 이상 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 일자리를 원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소기업 일자리”라고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에 대해 시사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2월 고용동향과 관련해 “청년 인구의 감소로 취업자 수도 감소했지만 15세 이상 고용률(61.6%) 역대 최고·15~64세 실업률(3.2%) 역대 최저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경제활동의 주축인 40대도 취업자 수가 6만2000명 줄어 20개월째 감소세다. 60대 이상의 노년층 취업자 수는 29만7000명 늘었다. 30대 취업자 수는 7만1000명 증가했고, 50대 취업자 수도 8만4000명 늘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4.10 총선을 앞두고 관련 채용이 늘고 정부 일자리 사업의 영향으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분야에서 9만8000명이 늘었다. 정보통신업(8만 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7만8000명) 등에서도 증가했다.

제조업 취업자도 3만8000명 늘어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 수출이 최근 견조한 회복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1~11월 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같은 해 12월 1만 명 늘어 증가 전환했다. 올해 1월에도 2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업종은 전년 동월 대비 27만9000명 증가해 36개월 연속 20만 명 이상의 취업자 수 증가가 지속됐다. 다만 부동산업과 숙박·음식업은 각각 2만1000명·2000명 감소했다.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5만7000명, 임시근로자는 20만7000명 늘었으나 일용근로자는 17만7000명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만8000명 증가했으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는 각각 6만 명·3만6000명 줄었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1656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18만3000명(-1.1%) 감소했다. 이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6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다만 구직단념자는 41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4000명 늘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이달 구직 단념자가 5만 명 증가했지만 많은 규모는 아니다”라며 “청년·30대가 여전히 조건에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