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현금거래 속 숨은 사기꾼… ‘쌀먹’ 문화에 게이머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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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서 못 준다고 하더니 3일째 연락 두절… 게임사 신고도 불가능”
일반인들도 현금거래 쉽게 접근… 커뮤니티·유튜브로 ‘쌀먹’ 노하우 공유도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06 12:30:47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머니와 현금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사기 행위가 지속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현금거래 행위가 만연해 있는 만큼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게임사들의 더 철저한 감시가 요구된다.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는 한 게이머는 3일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28만 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거래하기로 했다. 판매자가 이동 중이라는 말에 돈을 먼저 입금하고 게임머니는 집에 도착하면 보내달라고 했다. 판매자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었고 어느새 연락이 두절됐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껴 판매자의 계정을 찾아봤더니 최소한의 레벨과 스펙만 갖춘 ‘깡통 계정’이었다

해당 게이머는 “현금 거래 사기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내가 당할지는 몰랐다”며 “게임사에 신고할 수도 없다 보니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벌써 3일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게임머니 현금거래 사기는 단순히 한 게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용자간 거래가 가능한 대부분의 게임에서 현금거래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사기 사례도 계속해서 발생한다. 사기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법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판매자를 잡아내는 데에 오래 얼리고 개별 피해금액은 적은 편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머니 현금거래 사기의 원인으로 현금거래가 일상화된 온라인 게임 문화가 꼽힌다.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는 불법 프로그램이나 전문적인 작업장이 아니라면 불법은 아니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이 부업 삼아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용돈벌이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이용자가 많아 게임 아이템에 대한 수요도 많은 게임이나 자동 사냥 기능이 있어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재화나 아이템을 얻기 힘든 게임이 주된 대상이 된다. 또한 신작 게임이 나왔을 때를 노려 빠르게 수익을 얻고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롬’ 게시판에 ‘쌀먹(게임머니로 수익을 얻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을 검색한 결과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과 수익을 인증한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롬의 출시 일자는 2월27일이다. 나온 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게임에서 수익을 얻는 방법이 널리 공유되고 있는 셈이다.

지속적인 수입을 얻어야 하는 ‘쌀먹’의 특성상 사기 행위가 흔하지는 않지만 일상화된 현금거래 속에 숨어 있는 사기의 위험은 언제나 남아 있다. 아이템거래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게임 내 캐릭터의 스펙 등을 보고 사기꾼을 구분하는 방법 등이 널리 쓰이지만 역시 사기 행위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사기가 대부분의 게임사는 게임 내 경제가 망가질 수 있는 만큼 이용 약관에서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를 잡지 않는 이상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잡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서 비슷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사가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 행위를 다 잡아내기는 힘들고 신작 게임의 경우 현금 거래를 위해 접근하는 사람도 이용자이기 때문에 초기 이용자 수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며 “다만 적발의 어려움이나 흥행 효과가 이용자 피해를 방치할 핑계가 될 수 없으므로 더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