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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네 번째 비행에 성공하며 국내 우주개발이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본격 전환되는 분수령을 맞았다. 주관 제작사로 처음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 이전을 받아 전 과정을 총괄해 성공을 이끈 첫 사례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한국도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누리호는 이날 오전 1시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기립해 발사됐다. 당초 예정 시각은 0시55분이었으나 발사 직전 ‘엄빌리컬 회수 압력 센서’의 이상 신호가 포착되며 18분이 지연됐다. 점검 결과 센서 자체의 기계적 오작동으로 확인돼 발사 계획은 유지됐다.
누리호는 점화 직후 거대한 화염을 뿜으며 상승했고, 발사 2분2초 만에 1단, 이어 고도 263㎞에서 2단을 정상적으로 분리했다. 고도 211㎞에서는 탑재체 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열렸다. 발사 후 12분21초, 누리호 3단은 고도 약 600㎞ 목표 궤도에서 주탑재체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분리했다. 이어 약 20초 간격으로 초소형 위성(큐브위성) 12기 사출이 연속 진행되며 총 13기 모두를 계획대로 방출했다.
총 비행 시간은 약 18분25초로, 예정보다 3분가량 짧았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3단 엔진 성능이 추정치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 궤도에 도달했으나 임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의 기술을 이전받은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3단 제작, 전체 기체 조립, 구성품 관리, 발사 운영 일부까지 총괄한 첫 발사다. 1~3차 발사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을 주관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 중심이던 우주 개발 생태계가 민간 중심으로 본격 전환되는 상징적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독자적 우주 발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누리호에는 역대 가장 많은 13기의 위성이 실렸다.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516㎏)는 오로라·대기광 관측, 우주 플라스마 연구, 무중력 환경에서의 줄기세포 실험 장비 등을 탑재했다.
큐브위성들은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의 기술 실증 목적이 뚜렷했다. △인하 로샛(인하대) 돌돌 말았다가 푸는 ‘롤러블 태양전지’ 적용 △스누글라이트-Ⅲ(서울대) GPS 기반 랑데부·도킹 기술 실증, 추력기 없이 대기 흐름만으로 제어 △비천(스페이스린텍) △세종4호(한컴인스페이스) △코스믹(우주로테크) 등도 각각 우주검증·관측·통신 등 실험 수행 예정 등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안착시킨 역사적 순간”이라며 “한국을 글로벌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밤하늘 가른 ‘야간 비행’ 장관… 긴박했던 1분의 싸움
한국 우주개발, ‘정부 주도 → 민간 중심’ 전환 기점
발사 가능 시간대가 1시14분까지 단 1분 남은 상황에서 점화가 이뤄지며 현장은 긴박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발사대에서 3㎞ 떨어진 프레스센터에서도 엔진의 진동과 열기가 그대로 전달될 만큼 발사 순간의 위력과 장관은 압도적이었다.
야간 발사 특성상 누리호의 후미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은 고도 200㎞를 넘은 뒤에도 오랫동안 시야에 들어왔다. 이는 낮 시간대 발사보다 엔진 화염이 성층권 위까지 더 선명하게 관측된 결과다. 발사체가 각 단을 차례로 분리할 때마다 우주센터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편, 이번 성공으로 한국은 스페이스X가 주도해온 미국식 민간 우주혁신 모델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향후 독자 로켓 개발까지 확대하게 되면 한국 우주산업 생태계의 구조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혁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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