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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6·27 대출 규제, 9·7 공급 확대에 이어 ‘10·15 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는 종합 처방이라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두 차례 대책이 남긴 것은 안정이 아니라 불신이었다. 집값을 누르는 것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의 신뢰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 전역(25개 자치구)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마포·성동·광진 등 ‘한강벨트’와 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까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과천·분당·용인 수지·광명·수원 영통 등 12개 지역이 추가로 규제를 받는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낮아졌고, 시가 25억 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줄었다. 전세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현금이 없으면 서울에 집을 살 수 없는’ 구조가 완성됐다.
규제 강화는 결국 현금 부자만 이익을 보게 만들고, 청년과 지방 서민의 상향 이동을 막는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현금 10억 원이 없으면 서울에 들어올 수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주택은 기본적 삶의 조건이자 사회적 이동의 통로인데, 정부의 규제가 그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15억 원 이상 주택 대출을 2억 원으로 제한하고, 전세대출까지 DSR에 묶어버리면 결국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현금 10억 원 있는 사람뿐”이라며 “이건 ‘돈 없으면 서울에 살지 말라’는 정부의 선언”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서울 전역을 묶는 ‘북한식 통제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거래를 허가제로 묶고, 자금 조달 과정을 들여다보며, 매입 후 일정 기간 매매나 임대를 금지하는 제도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와 거리가 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행정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단기적 안정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수요 억제와 공공 중심 공급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정부는 첫 번째 대책에서 수요를 조였고, 두 번째 대책에서 공급을 풀겠다고 했지만 수도권 집값은 3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자 사적 금융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공공주택 확대 정책은 “공공이 하면 늦어진다”는 불신을 더했다. 시장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세제 역시 신뢰를 잃었다. 정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살짝만 조정해도 사실상 증세가 된다. 이런 방식의 세제는 국민의 불신만 키운다. 세금 완화 없는 세제 ‘검토’는 결국 증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느끼는 것은 “말로는 완화, 실제는 인상”이라는 괴리다.
공급 신뢰 회복과 민간 활성화, 세제 합리화가 유일한 해법이다. 도심 재건축·재개발,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을 실질적으로 풀고, 세제를 ‘높은 보유세 + 낮은 거래세’ 구조로 바꿔야 주택 순환이 복원된다. LH 중심의 공공 시행은 속도와 효율의 한계를 드러냈고, 수도권 135만 호 공급 계획은 여전히 선언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공급 약속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서울의 상승세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상급지의 가격이 오르며 외곽으로 확산되고, 거래량은 줄었지만 신고가 거래는 이어진다. 대출 문턱이 높아졌는데도 현금 구매자는 여전히 등장한다. 결국 해법은 단순하다. 강남·용산·한강벨트 등 핵심 지역의 실질적 공급 확대 없이는 가격 안정은 불가능하다.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을 현실적으로 풀고,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심리로 움직인다. ‘정부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확신이 사라지면, 아무리 강한 규제도 효력을 잃는다. 집값은 세금으로 잡는 것이 아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정책은 언제나 시장의 뒤를 쫓게 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진정한 안정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약속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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