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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관장은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선물”이라고 밝혔다. 김 관장은 “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며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필독서이던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는 ‘해방은 하늘이 준 떡’으로 설명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독립운동 비하”라며 김 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광복회도 “대한민국 정체성을 좀먹는 김 관장의 즉각 해임과 감사, 그리고 수사에 착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김 관장은 “기념사 내용은 광복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시선을 지적하고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복은 우리 민족이 피로써 쟁취한 자주 독립의 결실이기에 “‘광복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김 관장의 발언은 독립운동의 의미를 축소하고 외세의 시혜로 포장하는 역사관이기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물론 일본을 상대로 미국·영국·중국 등의 연합국이 승리함으로써 다수 식민지 국가들이 해방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3·1운동의 함성과 의병의 총성, 임시정부의 헌신과 수많은 무명인의 희생이 없었다면 1945년 8월 15일은 단지 일본의 항복일에 불과했을 것이기에 김 관장의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김 관장이 광복을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로 해석하는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광복군 그리고 만주 일대에서 벌어진 독립군의 독립전쟁, 하와이 등 구미에서의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일이다. 광복과 해방이 연합군에 의해 주어졌다는 것은 이후 미군정에 의해 1948년 수립된 국내 친일파 중심의 대한민국 정부에 정통성이 있다는 역사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 관장은 역사를 직시하고 거취를 표명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 또한 독립기념관을 독립운동 정신을 올곧게 계승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차제에 남남 갈등을 접고 독립 정신을 통일 운동으로 승화시키길 바란다. 올해는 뜻깊은 광복 80주년이다. 일제의 압제라는 신고(辛苦) 속에서도 조국 광복을 꿈꾸며 일생을 헌신한 애국지사의 진한 의기가 절절히 스며 온다. 그러나 남북 분단은 진정한 광복이 아니다. 순국선열의 정신을 ‘제2의 광복’인 평화 통일의 등불로 삼아야겠다.
남북 분단은 남북 사이에 국경선이 하나 생겼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민족의 허리에 족쇄를 채워 놓은 것 같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근원이자 실체이다. 지난 세월 수백만 명의 이산가족이 가족의 생사 확인도 못한 채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8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로 평가받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은 ‘진정한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남북 분단이라는 아픔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일은 쉬운 게 아니다. 남북한의 서로에 대한 포용과 신뢰가 중요하다. 이 문제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사안이기에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여하튼 남남 화합의 터 위에 ‘제2의 광복’인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을 조만간 실현하기 위해 우리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겠다. 남북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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