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에 덧칠해 그린 1919년 태극기 실물 등… ‘빛을 담은 항일유산’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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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돈덕전서 광복 80주년 기념 ‘빛을 담은 항일유산’ 전
진관사 태극기 등 110여 점 한자리… ‘한말 의병 관련 문서’ 첫선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11 11:25:07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기, 희망을 잃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되찾기 위해 곳곳에서 분투했던 역사가 깃든 문화유산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가유산청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12일부터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근대기 항일 독립유산을 조명한 ‘빛을 담은 항일유산’ 특별전을 연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5월26일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의 부속 건물인 칠성각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1919년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는 내부 불단 안쪽 벽체에 고이 보관돼 있었다. 어둠 속에서 90년 세월을 견디느라 한 귀퉁이가 불에 탄 듯 삭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으며 얼룩이 태극기 전체를 뒤덮었지만 태극 문양과 4괘는 힘차고 뚜렷했다.

그런데 이 태극기에는 독특한 점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급하게 그린 듯 선이 일정치 않은데 태극의 붉은색 부분만 도려낸 듯 깔끔했다. 태극기를 발견한 이는 무릎을 쳤다.

“일장기에 먹을 덧칠해 그린 태극기로구나!”

이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는 점에서 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진관사 태극기와 함께 독립신문류도 발견됐다. 신문류는 ‘경고문’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自由晨鐘報)’ ‘신대한(新大韓)’ ‘독립신문’ 5종 19점으로 태극 문양 등 태극기 관련 기사가 실려 있어 의미가 깊다.

또 신문이 1919년 6월6일부터 12월25일까지 발행된 사실로 미루어 진관사 소장 태극기 역시 3·1만세운동 전후 제작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진관사 승려였던 백초월(白初月)이 태극기를 숨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관사에서 태극기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불교 사찰이 독립운동의 배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특히, 태극과 4괘를 우주 만물의 기본 요소나 만물의 생성과 변화로 보는 기존의 견해와 달리 ‘힘과 사랑’을 토대로 ‘자유와 평등’을 온 세상에 실현해 나가는 뜻으로 해석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독립신문은 당시 태극기에 대한 인식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진관사 태극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태극기의 변천사와 그 의미를 밝히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해 준다.

그밖에 이번 전시에서는 개항기부터 대한제국·일제강점기·광복에 이르는 시대를 110여 점의 유물로 소개한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직후인 1905년 11월30일 민영환(1861∼1905)이 자결하면서 남긴 유서(명함·국가등록문화유산) 앞·뒤 여백에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死而不死)’는 외침이 유언으로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9세기 말 주미공사를 지낸 이범진(1852∼1911)이 남긴 외교 일기 ‘미사일록’, 지난해 일본에서 돌아온 의병장의 결사항전 기록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1851년부터 1909년까지 작성된 문서 13건을 아우르는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당시 각지에서 활동하던 의병을 체포하고 서신을 강탈했던 일제의 탄압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또 최근 경매를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綠竹·푸른 대나무)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임요희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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