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8º
습도 75%
수원 26º
습도 80%
광주 27º
습도 90%
)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공영방송의 정치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방송법 개정안을 재석 188명 중 찬성 187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방송법이 개정된 것은 1987년 제정 이후 38년 만이다. 향후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에 통과 된 방송법 개정은 이른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가운데 첫 통과 사례다. 핵심은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다. 기존 여야가 이사를 전원 추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회 교섭단체 외에 학계, 시민사회, 법조계, KBS 내부 구성원이 이사 추천에 참여하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KBS 이사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증원되며, 이 중 국회 교섭단체는 6명만 추천한다. 나머지 9명은 KBS 시청자위원회(2명), 보도·제작·기술 대표 집단(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가 추천하며, 대통령이 이를 임명한다. MBC와 EBS, YTN, 연합뉴스TV 사장 선임에도 사장추천위원회와 국민참여제도 등이 도입된다.
또한, 방송 편성에 있어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은 10인 구성의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편성 규약을 제·개정·심의·의결해야 한다. 규약을 위반하거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방송사 재허가 심사 항목에도 관련 준수 여부가 포함된다.
이날 본회의 표결은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 속에 이뤄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4일 오후 4시부터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신동욱·이상휘 의원 등이 참여했으나, 국회법상 24시간 경과 후 재적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 종결이 가능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5일 오후 4시10분 필리버스터 종결을 강행하고 곧바로 표결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공영방송을 좌파 시민단체 일자리 창출처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국장과 사장을 앉히기 위한 이사진 전면 교체용 법안”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고 맞섰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정치권의 편성 간섭을 차단하고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법 개정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속도전 개혁’ 기조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 대표는 본회의 전 “‘추석 전 언론·검찰·사법개혁 완수’가 당의 목표”라고 밝히며 강행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당초 ‘노란봉투법’을 우선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재계 부담을 감안해 방송법을 먼저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방송법과 함께 추진 중인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8월 국회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상 하루 한 건씩 필리버스터 종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번 개정안은 2023년 11월과 2024년 7월에도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된 바 있다. 이제 공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대통령이 서명에 나설 경우, 38년 만에 정치권 손에서 벗어난 공영방송 체제의 대전환이 현실화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