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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내년 중간선거 및 2028년 선거 등을 앞둔 ‘선거구 조정 전쟁’이 텍사스주에서 시작됐다. 공화당 주도로 선거구 조정을 추진하자 거센 반발이 일었다. 민주당 소속 이들 주의원은 선거구 조정안 표결을 저지하고자 주(州) 사법 권한이 못 미칠 다른 주로 떠났고 공화당 소속인 주지사가 체포 명령을 내린 가운데 민주당 텃밭인 뉴욕주에선 이와 반대 구도의 선언이 나왔다.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 추진을 예고한 것이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4일(현지시간) 엑스(X) 글로 텍사스를 이탈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텍사스 주민들이 아닌 본인들 이익” “자신들 의석을 포기한 셈” “중범죄 혐의” 등을 언급하며 맹공격했다.
전날 성명을 통해 애벗 주지사는 민주당 주의원들의 지역 이탈을 사전 계획된 불법 행위로 규정한 뒤 “4일 오후 3시 (주의회) 하원 소집 때까지 미도착 의원을 하원에서 제명한다”고 밝힌 상태다. 텍사스 법무장관의 법 해석을 인용한 설명에 따르면 현 상황은 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직위를 포기해 주의회에 공석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텍사스주 헌법에선 이럴 경우 이를 채울 권한을 주지사에게 부여한다. 애벗 주지사는 또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 규칙에 의거해 부과될 벌금 납부를 위해 모금 중이라면서 이를 “입법 의무 방해를 돕거나 투표 회피를 위한” 뇌물수수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다수인 텍사스 주의회에선 2021년에도 선거구 조정안 표결 시 민주당 의원들이 불출석 작전을 벌이자 하루 500달러 벌금 부과 규정을 마련했다. 또 그해 제기된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주의회 지도부가 “불출석 의원들을 물리적으로 강제 출석시킬 권한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재 텍사스주 하원은 전체 150명 중 3분2(100명)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른바 정족수 미달이다. 텍사스 주의회 62석을 차지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표결일 전날 당국의 체포가 어려운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뉴욕 등지로 떠났다.
이날 오후 선거구 재획정안 표결과 지난달 발생한 홍수 관련 재난지원 법안 통과가 좌절됐으며 즉각 결석 의원들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현재 이들의 체류지 주지사는 전원 민주당 소속이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텍사스 의원들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카우보이 무리의 현대판 역마차 강도질에 우리 민주주의를 도둑맞지 않겠다”며 “공화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을 다시 쓴다면 우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군의 한 명인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역시 텍사스주 선거구 조정안에 대해 “시스템 조작 정도가 아니라 향후 수년간 모든 미국인의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텍사스주의 이번 선거구 조정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중간선거 대비해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 의석수를 늘릴 만한 선거구 조정을 지역 공화당 의원들에게 요청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중순 나왔다. ‘게리맨더링’(특정 정당·후보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 논란이 일었으나 트럼프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텍사스가 5석쯤으로 가장 클 것”이라고 태연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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