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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시장 흐름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소분자 기반 경구형 GLP-1을 임상3상까지 끌어올렸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 기업도 뒤늦게 개발에 나섰지만 일부는 전임상 기술을 상용화처럼 포장해 기술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라이릴리는 소분자 GLP-1 유사 작용제 ‘오프클립론(Oppclifron)을 경구제 형태로 개발 중이다. 현재 비만 환자 대상 임상 3상에 돌입해 올해 안에 주요 결과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도 GLP-1 유도체 ‘세마글루타이드’의 경구 버전도 임상 3상 단계까지 끌어올리며 2026~2027년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릴리의 오프클립론은 비텝타이드 기반의 소분자 제제로 펩타이드 기반보다 생산성, 복용 편의성, 위장 내 안정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경구 복용을 위해 펩타이드 흡수율을 높이는 기술보다 애초에 소화효소에 강한 소분자 약물이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대부분 전임상 또는 1상 초기 단계다. 일부 바이오기업은 인슐린 캡슐 기술을 GLP-1에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삼고 있으나 업계는 과거 오라메드(Oramed)의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라메드는 인슐린 캡슐을 개발해 임상 3상까지 진입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후 기술이전을 받은 중국 기업도 2023년 허가 신청 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과거 화이자 등도 흡입형 인슐린을 상용화하려 했으나 폐암 위험 등의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처럼 펩타이드 기반 비주사형 제제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전임상 기술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기술 어그로에 대한 경계도 제기된다. 최근 한 국내 기업은 에콰도르에서 GLP-1 기반 건강기능식품이 허가받았다고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해당 국가의 허가 절차와 효능 검증 수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비만약이 뜨자 코로나19 치료제 때처럼 사실상 검증 되지 않은 기술 발표가 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는 저분자 GLP-1 유사물질 ‘ID110521156’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프로젠은 GLP-1/GLP-2 이중작용 신약 ‘PG-102’로 국내 임상 2상을 마쳤고 미국 라니테라퓨틱스와 함께 경구제로 전환 중이다. 삼천당제약도 자체 플랫폼 S-PASS를 통해 GLP-1 신약 ‘SCD0506’을 경구제로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케어젠·펩트론·디앤디파마텍 등도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이 중 디앤디파마텍은 ‘오랄링크(Oralink)’ 플랫폼을 미국 멧세라에 기술이전하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유사 기술명을 주장하는 킵스바이오파마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펩타이드 기반 약물의 경구화 과정에서 흡수율을 높이면 오히려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GLP-1 유사제는 고용량 투여 시 오심·복통·설사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나며 경구 복용 시 소화기 노출이 늘어나면 부작용도 비례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단순한 제형 변경을 넘어서 기전 차별화 복합 작용 전략, 시장 세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프로젠은 PG-102를 통해 근육량 유지와 혈당 조절을 분리 조절하는 ‘디커플링 기전’을 내세워 마른 체형이 많은 아시아 환자군을 타깃으로 적응증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약 편의성만으로는 위고비, 자렙시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이기기 어렵다”며 “국내 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내실 있는 기전 혁신과 글로벌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만 치료제 시장은 단기간에 끝나는 유행이 아니라 대사질환 관리의 핵심 축으로 성장 중이다”며 “경구제 기술은 아직 시간이 걸리지만 지금이야말로 차별화된 기술을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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