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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좋겠다”고 17일 공식 지시했다. 대통령이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며, 최근 정치권에서 이어지는 개헌론과 맞물려 헌법 정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헌절은 헌법이 제정·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절’로 불리는 국가기념일 가운데 유일하게 휴일이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헌법정신, 국민주권 정신을 다시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12월3일 군사 쿠데타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이 헌법이 정한 주권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민주 헌정 질서를 회복했다”며 “이 같은 헌법적 성취를 특별히 기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1950년부터 2007년까지는 공휴일로 운영됐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공휴일 수 조정과 기업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공휴일 지위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현재 5대 국경일 중 공휴일이 아닌 유일한 국경일로 남아 있다. 같은 사례였던 한글날은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2013년 다시 공휴일로 복원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제헌절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9일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대체공휴일까지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헌절을 ‘헌법의 날’로 개칭하고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개정안을 냈다. 두 법안 모두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하고 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제헌절의 헌법적 상징성과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할 때 공휴일 재지정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제헌절이 헌법의 가치와 국가 정체성을 되새기는 날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휴일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헌정 회복을 계기로 헌법에 대한 국민적 자각이 높아진 지금이 적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23년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 대해 응답자의 88.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 다수가 휴일 지정에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공휴일 재지정에는 상징적 효과 외에도 현실적 고민이 뒤따른다. 제헌절이 공휴일로 지정되면 기업은 유급휴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처럼 공휴일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취약 노동계층과의 ‘휴일 양극화’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입법조사처는 “상징성과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하며,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기업의 부담 완화 방안도 병행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7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은 나란히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 헌법 전문 수록, 기본권 강화, 자치 분권 확대 등 이 시대가 요구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민 중심의 개헌 논의에 국회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 의장도 “전면적 개헌보다 단계적·연속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며 “비상계엄 통제 장치, 5·18 정신 수록 등은 이미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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