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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행...'))
미국의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가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금 중단이 위법하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주류 세계관·가치관의 좌경화를 비판해 온 트럼프 진영으로선 ‘문화전쟁’ ‘편향된 지식계 본진과의 투쟁’을 의미하지만 거센 반발 또한 불가피하다. 소련 붕괴 이래 마르크시즘이 문화적·학술적·일상적으로 파고 들어 그 폐해가 일정한 공감을 얻게 된 가운데, 현 갈등은 피하기도 쉽게 끝나기도 어려운 싸움으로 부상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하버드대가 불법적 요구 수용을 거절한 이후 연방정부 권한을 넘어선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다”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말한 ‘정부의 불법적 요구’란 입학·채용 제도 등 대학 정책의 손질을 뜻한다. 트럼프 측에선 소수자·약자 배려 원칙 등을 앞세운 사실상 반미(反美)적 이념 및 역사관의 출처를 대학가로 본다. 지난 20~30년 전 세계 인문·사회과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처 온 하버드대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날 공개된 소장에서 하버드대 측은 학술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통제에 굴복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압박 수단의 일환으로 지원금이 중단됐다고 주장한다. 보조금 지원 중단 관련해 몇몇 대학 교수진에 의한 연방정부 상대 소송은 있으나 대학 측이 제기하긴 하버드가 처음이다. 소장 피고인 명단엔 교육부·보건복지부·법무부·에너지부·총무청(GSA) 등 연방정부 주요 부처들이 다수 열거됐다.
앞서 트럼프정부가 교내 정책 변경 등을 하버드대에 요구할 때 우선시한 명분은 ‘(가자전쟁 이래 과격해진)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이었으나 하버드대에선 ‘학문의 자유 침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정부 측 요구엔 입학생 선정과 교수·직원 채용 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할 것 등에 대해 상세한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트럼프정부에서 ‘공문의 오(誤)발송’을 들어 해명하기도 했지만 기조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버드대가 정부 측 해당 요구를 거부하자 트럼프정부는 수년간 나눠 지급될 22억 달러(약 3조1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즉각 동결했다.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보건연구지원금 철회 검토 소식도 들려 왔다. 심지어 하버드대의 ‘면세지위 박탈’ ‘일부 유학생 비자 취소’ 등 고강도 보복 조치를 예고하면서 사태가 한층 격렬한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하버드대는 면제지위 위협 관련해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지난주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면세 지위란 전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따른 행동에 달렸다는 점을 기억하라. 계속 정치적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에 영감을 받거나 그들이 옹호하는 ‘질병’을 추진한다면 하버드는 면세 지위를 잃고 정치단체로서 세금이 매겨져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22억 달러 보조금과 6000만 달러 규모 계약의 동결을 발표한 다음날이었다. 그 하루 전날 트럼프정부 요구를 주요 명문대 중 최초로 공개 거부한 게 하버드대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14일 밤 하버드대 입장을 다룬 뉴스를 접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연쇄적 조치는 하버드대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장학금·연구기금 등 풍부한 하버드 자금력이야말로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는 으뜸 배경이다. 정부 지원이 끊어져 민간 후원금에 의존한다면 기존의 안정성과 명성은 흔들린다. 조지 소로스처럼 노골적 반기독교적 사상가 재원에 기대는 것도 학술 전당으로서 위신이 떨어질 일이다.
이미 발표된 연방 보조금 동결만으로도 세계 선두권이던 하버드의 첨단 의료 및 과학기술 연구 역량에 크나큰 타격이 예상된다. 작년 연방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6억8600만 달러(약 9800억원)로 하버드대 총 후원 수입의 68%를 차지했다. 물론 작년 기준 연간 532억 달러(약 76조 원)의 기부금이 들어온다. 이래저래 하버드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이자 100개국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 이상의 재원을 자랑한다.
다만 하버드대를 위한 민간 기금은 처음부터 기부자들이 사용처를 제한해 둔 것들이라 당장 연방 보조금 결손 보전에 사용하기 어렵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으며, NYT는 이런 상황에서 면세 지위마저 잃으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짚었다.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까지 악영향을 받을 경우 초부유층의 기부금액 역시 축소되기 쉽다. 미 연방법상 대통령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국세청(IRS)을 동원한 세무조사 지시를 못하도록 돼 있긴 하다. 하버드대의 면세 지위를 박탈할 만한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도 강해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버드대의 면세 지위를 빼앗으려면 IRS가 조사를 진행한 뒤 ‘정치적·경제적 중립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은 “세무시스템을 이용해 정적을 선택적으로 괴롭히는 것” “독재의 일종”이라며 “정말 하버드대 면세 지위가 박탈된다면 의료·과학의 발전과 서구사회의 가치, 후손들의 기회, 세계 속 미국 위상의 파괴가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미 불법이민자 대응 등에서 사법부와의 일전도 불사할 태세인 트럼프정부로선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하버드대는 미국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이다. 미 건국(1776)보다 140년 빠른 1636년 청교도 성직자 존 하버드가 설립한 이래 역대 미 대통령 8명을 배출했으며 지구촌 최강대국 소프트파워의 축을 지켜 왔다. 하지만 전 세계 ‘좌파 엘리트의 성채’로 자리잡아 트럼프 진영에겐 반드시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이를 향한 응전의 깃발을 하버드가 내걸면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 및 기관의 저항은 확산될 것이다. NYT도 대학들뿐 아니라 대형 로펌 등 법조계와 언론계의 동조 반발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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