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은행 LTV 담합 제재한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금융일반

재조사 마치고 심사보고서 발송… 첫 ‘정보교환 담합’ 적용 사례 주목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2 14:01:15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수천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2020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담합' 조항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될 수 있어 금융권 전체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1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에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 보고서에는 이들 은행이 약 7500건의 LTV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해 경쟁을 제한하고 금융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는 혐의가 담겨 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할 때 설정하는 비율로 이 기준이 높으면 고객이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이 비율을 은행들이 사전에 공유하고 사실상 ‘가격’에 해당하는 대출 조건을 담합함으로써 고객의 선택지를 줄이고 이자 수익을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보 교환 이후 일부 차주들은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추가적인 이자 수익을 챙긴 정황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단순한 정보 공유였을 뿐 담합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은행별 LTV 적용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예정돼 있던 제재 결정을 보류하고 재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올해 2~3월에는 신한·우리은행뿐 아니라 KB국민·하나은행 본사까지 현장 조사를 확대하며 사실관계 확인에 집중했다.

이번에 새로 작성된 심사보고서에는 검찰 고발 의견은 빠졌지만 과징금 산정 기준인 ‘관련 매출액’은 크게 상향 조정됐다. 기존에는 신규 LTV 대출만 포함했지만 이번에는 기한 연장 대출까지 포함해 계산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 위원회 판단에서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면 과징금은 당초 예상된 수천억 원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각 은행의 의견을 청취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건은 ‘정보 교환 자체가 담합이 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인해 은행권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의 판단은 향후 금융시장 규제의 기준을 새로 정립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과 소비자단체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과징금 부과를 넘어 은행의 영업관행과 정보 공유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