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연재소설 ‘위선의 시대’ [59] 처음,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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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10 06:30:49

흥분이 고조된 변태섭은 희숙의 검고 풍성한 숲 사이로 한껏 부풀어진 성기를 밀어 넣으려 희숙의 다리를 벌렸다.

아무리 좋아하는 변태섭이지만, 희숙은 이런 식으로 그와 첫날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변태섭이 벌어진 다리 사이를 바라보는데 수치심이 들었다. 은밀하고 내밀한 곳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희숙은 변태섭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희숙이 손으로 그곳을 가렸다. 슬프고 비참한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스무 해 동안 간직했던 순결을 내어주는 아쉬움이었는지 허망함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변태섭은 희숙의 손을 자신의 사타구니 가운데로 가져갔다. 희숙이 깜짝 놀라 손을 치웠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의 성기를, 보는 것도 민망하고 부끄러운데 만지도록 하다니 수치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 변태섭은 다시 희숙의 손을 가져왔지만 희숙은 만지기를 거부했다. 변태섭은 성기를 희숙의 아랫도리에 밀착했다. 딱딱한 물체가 희숙의 그곳에 닿자 공포심과 부끄러움이 극에 다다랐다.

희숙의 두 손이 변태섭의 손에 묶여 꼼짝 못 하자 희숙은 안간힘을 다해 엉덩이를 뒤로 빼려 발버둥 쳤다. 엉덩이 아래는 방바닥이라 뒤로 갈 틈이 없었다. 안 닿으려고 좌우로 엉덩이를 밀어 보지만 소용없었다. 변태섭의 거친 숨소리는 절규에 가까운 희숙의 울부짖는 소리와 불협화음을 이뤘다. 희숙이 몸을 뒤트는 사이 변태섭은 자기 것을 손으로 잡고 희숙의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악!

날카로운 외마디가 스무 해 희숙의 순결한 정절을 끊어 놓았다. 통증이 밀려왔다. 참을 수가 없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 때문에 희숙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희숙은 두 손으로 변태섭의 가슴을 밀쳐 냈다. 변태섭의 혀가 목덜미를 유린하고 젖가슴을 농락할 때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입을 막았다. 소리가 나오는 게 민망했다.

변태섭은 희숙이 통증으로 인상을 쓰는 동안에도 희숙의 몸을 눈으로, 입술로 핥았다. 아무도 가 보지 못한 미지의 땅에서 작은 터널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변태섭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변태섭이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희숙은 알아듣지 못했다. 카마수트라 경전의 주문을 외는 것 같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분출하며 내뱉는 욕 같기도 했다. 변태섭은 흔들리는 희숙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희숙의 통증은 해일처럼 밀려왔고 변태섭의 욕정은 요동치는 배처럼 산만했다. 비명인지 흐느낌인지 희숙의 신음은 점점 더 커졌다. 아파서 내는 소리였을 텐데 변태섭은 고통을 느끼는 그녀에게 묘한 흥분을 느꼈다. 희숙이 이렇게 시작하는 건 아니야, 라고 외쳤으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살이, 살 속에서 요동치더니 변태섭의 몸이 희숙의 몸 위로 포개졌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겨울바람만큼 차디찬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희숙이 처녀 맞구나!”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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