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의 어원이 된 서구 어휘들은 라틴어 ‘informatio’(가르쳐주다=알게 하다)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것이 한자어로 옮겨진 것은 근대 일본의 문호로 꼽히는 모리 오오가이(森鷗外 1862~1922)가 군의관으로 독일에 유학하던 1890년경이었다. 그는 ‘실정을 파악해 전달하다’의 뜻을 담아 ‘정보(情報)’로 번역했고 이 신조어가 1927년 처음 사전에 오른다. 한반도에선 1938년판 조선어사전이 ‘정보=사정의 통지’로 수록한 게 최초다. ‘중앙정보부’ ‘국가정보원’ 등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나중엔 이 말이 ‘첩보’(intelligence)의 의미로도 쓰이게 됐다.
서구에서 이 단어가 매스미디어에 등장한 것은 1940년대였으며 우리나라에선 60년대 이후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정보학·전산학의 성립과 인터넷 보급을 통해 모든 콘텐츠가 자연스레 ‘정보’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간다. 수백 년 전 인류사를 바꾼 대항해시대 당시보다 훨씬 거대한 바다다. 정보 자체가 힘이자 돈이던 시절에 비해 이젠 정보의 진위와 가치를 알아보고 조합·추론해 내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자유로운 개인’의 증가와 성숙에 따라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기존의 주요 언론)가 지닌 신뢰성도 흔들린다. 세상을 좌우해 온 레거시 미디어는 ‘신문에 났다’ ‘9시 뉴스에서 들었다’라는 한마디가 진위의 근거로 통용되던 황금기를 누렸으나 이제 광고 수익이 여의치 않아진 가운데 큰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점점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릴 것이다. 그럴수록 경계해야 할 게 중국발(發) 자본이다.
오보(misinformation)·역정보(disinformation)·가짜뉴스(fake news) 등 허위 정보의 종류 역시 다양해졌다. 오보가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한 실수라면 나머지는 기만적·악의적 의도를 지닌다. 또 매스미디어가 앞서 발달한 영어권에선 가짜뉴스를 ‘조작된’(manipulated) 것과 ‘날조된’(fabricated) 것으로 세분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 편에 불리한 정보를 무조건 가짜뉴스 취급하는 현상도 흔해져 소비자의 안목과 검색·교차 확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 홍수 속에 대통령 탄핵이 발의될 당시 태평양 너머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적대적 언론 환경을 딛고 미국 대통령에 막 당선된 상태였다.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다룬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기사가 ‘언론계 노벨상’이라는 퓰리처상을 받았고 트럼프 1차 탄핵소추의 명분이 됐다. 이 러시아 스캔들을 ‘페이크뉴스’로 규정하며 주류 언론을 향해 페이크뉴스의 온상이라고 목소리 높이던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와 팟캐스트·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자리를 마련했다. 미디어 역사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공식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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