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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총리 다음으로 국무위원 의전 서열 2순위인 것은 그만큼 국가의 영속성과 국민의 삶에 있어 ‘경제’가 차지하는 부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서 한덕수 전 대통령대행의 뒤를 이은 최상목 대행은 국가원수를 대행하는 ‘그 자리의 막중함’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대행의 대행인 최 대행은 전직 대행인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데 따라 탄핵이 됐고 그로 인해 본인이 대행이 됐는데도 그 사실을 망각하고 국무위원들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2024년의 마지막 날 늦은 오후에 독단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 같은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데에 뜻을 같이 하는 자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 대행과 같은 F4(Finance 4) 멤버로 분류되는 인사다. 국가의 금융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모인 이 F4 멤버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로 구성돼 있다.
F4 멤버의 주축인 최 대행과 이 총재는 한덕수 전 대행이 탄핵되기 전부터 줄기차게 한 전 대행에게 헌재 재판관 임명을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2일 열린 한은 시무식에서 이 총재는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적극 변호했다. 그간 정치적인 이슈가 한은 신년사에 등장한 적이 없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한은 신년사에 대해서는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국가 통화 정책을 총괄하는 한은 총재가 정부의 운명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논란을 의식한 이 총재는 단순히 신년사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시무식을 마친 후 한은 본관 출입기자실을 방문해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도 본인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한은 기자실에서도 “정치와 경제 프로세스를 분리시키기 위해” 그리고 “최 대행이 또다시 탄핵되지 않으려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렇다면 이 말이 과연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이자 국가 통화 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신년사에서 나올 만한 말인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총재는 최 대행이 정치와 경제 프로세스를 분리하기 위해 헌재 재판관을 임명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제와 정치 프로세스를 뒤섞어 정작 국정에 혼란을 주는 이는 바로 최 대행과 이 총재 본인들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라. 최 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올 한 해 한국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한은의 신년사에 최 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을 변호하는 발언이 들어가는 것이 옳은가.
최 대행의 탄핵도 그렇다. 최 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는 민주당이 최 대행마저 탄핵할까 두려워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작년 12월29일 무안공항에서 콘크리트 둔덕에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폭발해 179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했다. 전 국가적으로 참사 수습을 위해 총력을 다하라는 여론이 집중되면서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무위원 줄탄핵에 나섰던 민주당도 최 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더라도 쉽사리 탄핵 카드를 꺼내기 어려웠던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
심지어 이 총재는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최 대행에게 항의한 정부 부처 장관들에게 답답하다고 훈수까지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이 총재는 단단히 자기 위치를 착각하는 것 같다. 국무위원도 아닌 이 총재가 무슨 자격으로 국무회의에서 정부 기조를 뒤집는 결정을 자기 마음대로 저지른 최 대행을 옹호하고 이에 항의하는 국무위원들을 비판하는가.
이 총재는 작년 내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명문대가 지역 안배로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는 둥 대학 입시 경쟁으로 집값이 상승한다는 둥 자리에 맞지 않는 여러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자기 위치를 망각하고 있는 이 총재가 기어코 국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헌재 재판관 임명에까지 숟가락을 얹고 있다.
그렇다고 이 총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거나 국가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 안정에 기여했는지를 따져 보면 이것도 낙제점에 가깝다. 총재 임기 도중 무수하게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쳐 환율 폭등을 불러온 당사자가 바로 이 총재다. 국가 통화 정책을 책임지는 본연의 업무도 제대로 하지 못한 한은 총재가 무슨 자격으로 국가의 안위를 뒤흔드는 헌재 재판관 임명에 훈수를 두는가. 최상목 대행과 이창용 총재는 본인의 그릇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말과 행동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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