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1º
미세먼지 좋음
)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취임 전부터 진행돼 온 대통령 ‘퇴진’ 공세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과 ‘내란’ 논란은 좌파의 사전 각본에 따른 정치공작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 국민이 누가 내란 세력인지, 대한민국에 이와 같은 혼란을 가져온 주범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종북좌파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정식 취임해 정부가 출범하고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인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가급적 빠른 속도로 정부 타도‧윤 대통령 퇴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겨 왔다. 종북좌파를 중심으로 민주당 등 거야 세력이 정부 출범 이전부터 대통령 탄핵‧조기 퇴진을 목표로 치밀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것이다.
‘프레임’을 무기로 전광석화처럼 몰아친 ‘탄핵 작전’
비상계엄은 이러한 일련의 반국가적 음모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자 좌파는 이것을 빌미로 ‘내란’이란 프레임을 작동시키며 전광석화처럼 탄핵 작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 작전에서 주무기로 사용한 것 또한 좌파의 전용 도구인 ‘프레임’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시의적절하게 국민의 저항 능력을 무력화하며 프레임 전략을 잘 써먹었는지는 과거의 사례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좌파의 주무기는 언제나 ‘프레임’
2010년 3월26일 밤. 천안함 폭침이 일어났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순찰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두 동강이 나 침몰한 사고이다. 이 사고로 장정 46명이 바다에 수장되는 엄청난 비극이 일어났다.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10년 6.2지방선거를 불과 2개월 남짓 남겨 둔 시점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국민의 안보 의식이 높아져 우파정당에 유리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도 처참하게 두 동강이 난 천안함 속에서 젊은 장병 46명의 시신을 인양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방송되었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두 달 뒤의 지방선거 결과는 예측과 달리 한나라당(지금의 국민의힘)의 패배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선거 프레임 때문이었다.
천안함 폭침이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 귀결된 사연
북한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 선거에 개입하는 선전 선동을 대대적으로 감행했다. 한 예로 5월29일 북한 중앙TV는 다음과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남조선에서 곧 진행되는 지방자치제 선거는 지방 권력을 쟁탈하기 위한 여야 사이의 단순한 표 싸움이 아니다. 평화냐 전쟁이냐, 민주냐 파쇼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대결이다. 이명박 패당에게 주는 표는 전쟁의 표이고 파쇼 독재의 표다.”
이것은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을 도발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북한은 실제로도 전쟁 분위기를 몰아갔다. 이로써 국민의 머릿속에는 ‘한나라당 표=전쟁 선택’이라는 프레임이 장착되었다.
이에 더해 민주당에서는 6.2 지방선거의 선거 프레임을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 난다”로 정해 널리 확산시켰다. 더욱이 정부에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전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군인들에게 비상대기 등 준비 태세를 취하게 했다.
북한과 공조한 종북좌파 세력의 프레임 작전
이에 전방 장병들이 “곧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공포감에 휘말렸다. ‘전쟁’의 공포 분위기 속에서 전방 장병들은 불과 두 달 전 장병 46명을 수장시킨 참혹한 천안함 사건을 떠올렸다. ‘북한은 겁만 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보복할 수도 있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이에 장병들이 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한나라당 찍지 마라. 전쟁 나면 아들 죽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군에 간 아들을 둔 한나라당 선거운동원조차도 한나라당을 찍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당시 언론에도 보도된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하여 2010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무상급식 프레임과 함께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 난다”는 전쟁 공포 프레임을 최대한 활용하여 승리한 극적 선거였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
2010년은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드디어 무상급식‧무상의료 등의 일반복지 공약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이다. 이때 많은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이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사회주의로 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했다는 등 위기감을 표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즉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들고 나오자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고 선별적 복지‧무상급식 반대 등을 주장했다.
선거 결과 민주당의 무상급식 등 복지 공약이 한나라당의 복지 공약에 완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바로 프레임 이론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민주당의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가 좋아서라기보다 무상급식 프레임이 대중의 머릿속을 먼저 선점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설치해 놓은 프레임에 들어가 허우적거리며 오히려 민주당의 무상급식 프레임을 선전해 주는 꼴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신문들은 한나라당이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선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거나 “포퓰리즘이다”고 반격해 봤자 무상급식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을 가져온 무상급식 프레임
무상급식 논쟁의 불길은 2011년 서울시장과 서울시 의회 간의 전투로 옮겨붙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겨우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시장은 한나라당에서 나왔지만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없었고,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오세훈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시의회 간의 갈등도 고조되었다.
오세훈 시장은 민주당 주도의 서울시의회가 추진하는 무상급식을 무산시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무상급식 문제를 서울시민 투표에 부친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나쁜 투표, 착한 거부’라는 투표 불참 프레임을 만들어 퍼뜨렸다. 결국 민주당은 투표 불참 운동을 벌여 무상급식 투표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 사건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직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오세훈 시장이 순진하게 민주당의 제안에 낚여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성급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 떠난 후 2011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박원순 시장이 등장했고, 이후 서울시의 좌경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그 여파가 전국으로 미쳤다.
이렇게 볼 때, 프레임이론은 서울시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좌경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한 결과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 민주당과 복지 포퓰리즘 경쟁에 나섰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좌경화가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복지 경쟁으로 사회주의행 고속도로 돌입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복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에 벌이는 복지경쟁으로 인해 어느 당이 승리하든 한국은 사회주의의 길로 갈 것이 확실하다고 단언한 것이다.
이후 한나라당도 경제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하는 정당임을 포기하고 왼쪽으로 기울어 민주당과 노선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당의 정체성을 잃고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복지 프레임 속 경쟁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당해낼 수가 없는데 작전에 말려 민주당이 짜 놓은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결국 국민의 지지를 잃고 정권을 잃을 수밖에 없는 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3
좋아요4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