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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증권사 대부분은 현 CEO에게 기회를 더 줬다. 호실적을 이끈 성과를 인정하고 추진 중인 사업을 지속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건은 녹록지 않은 내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다. 국내 증시 부진·기업금융(IB) 성장 둔화 등이 악재다. 해외주식 사업이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증권사 10곳 가운데 내년 3월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는 총 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하나증권과 KB증권은 대표 연임을 확정했다.
강상묵 하나증권 대표는 12일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연임 후보자로 추천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2023년 1월 대표직에 오른 뒤 첫 번째 연임이다. 임추위는 “경영 실적을 턴어라운드하는 과정에서 산적한 과제를 지속 이행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인물로는 강 대표가 적임”이라고 평가했다.
KB증권의 김성현 IB부문 대표와 이홍구 자산관리(WM)부문 대표도 6일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추천받았다. 김 대표는 대추위로부터 DCM(채권자본시장) 등 IB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지위를 유지하며 견고한 수익창출력을 입증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고 이 대표는 WM 자산·수익의 가파른 성장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시현한 점을 각각 인정받았다.
내년 3월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임기 연장 분위기다. 19일 계열사 조직 개편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한국금융지주는 사장단 변동 없이 임원 승진 인사를 진행해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연임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평가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도 높은 실적을 거둔 만큼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사들이 현 대표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은 올해 호실적을 거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선 4개 증권사는 올해 3분기까지 합계 2조439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1년 전(1조4303억 원)보다 70.5% 큰 규모다. 한국투자증권(1조416억 원)이 67.1%로 가장 컸고 KB증권(5526억 원)은 51.2%·미래에셋증권(6618억 원)은 45.1% 증가했다. 하나증권(1833억 원) 흑자 전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금융사고 등 문책성 경질 이슈도 신한투자증권을 빼면 없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부담 없이 연임을 결정하는 것 같다”며 “대표를 자주 교체하면 해외사업 등 추진 중인 사업의 방향·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수장을 바꾸지 않는 게 조직에 더 좋아 연임 결정을 내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장 증권사 내년 0%대 성장 전망
관건은 녹록지 않은 내년 증권사 업황에서 선전할지 여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증권사 6곳(미래에셋·NH·삼성·키움·대신·한국금융지주)의 내년 예상 순이익은 4조5997억 원으로 올해 예상치(4조5992억 원) 대비 소폭 성장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업체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증권업 사업 환경을 각각 ‘비우호적’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증시 거래대금과 투자자예탁금·신용공여금 등 투자중개 수익이 감소할 수 있는 부분이 악재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는 “경기둔화·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금융자산 손실위험이 상존한다”고 봤다.
부동산 PF 대손 위험에서는 벗어났지 부동산금융시장 위축으로 IB부문 성장성이 둔화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금리 인하에도 부동산금융을 대체할 수익원 확보는 쉽지 않고 보유 중인 미국·유럽 소재 오피스 등 해외 대체투자 잠재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 저하 분위기 속에서 해외주식 브로커리지가 핵심 사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서 벗어나 미국증시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4일 기준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1126억7291만 달러로 작년 말(680억2349만 달러) 대비 65.6% 증가했다. 거래대금(매수+매도)도 2732억646만 달러에서 4919억1880만 달러로 80.1% 불어났다.
해외주식은 핵심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은 총 9187억 원으로 전년동기(5417억 원) 대비 69.6% 늘었다. 같은 기간 3조2548억 원에서 3조1850억 원으로 2.1% 줄어든 국내증권 수수료 수익과 상반된다.
해외주식이 국내주식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점도 실적 향상에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주식 대비 해외주식 브로커리지(투자중개) 수익성은 미래에셋증권 6.1배·한국투자증권 4.8배·삼성증권 4.8배·키움증권 2.8배·NH투자증권 2.1배 수준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해외주식 수수료 금액이 국내주식을 역전할 가능성이 높아 해외주식 거래대금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추후 수수료비용 구조 개선 목적의 해외 증권사 인수·지분투자 또는 해외법인 설립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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