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세무테크] 사라진 남편과 남은 집: 법은 A씨의 억울함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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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별거에도… 법원 “사실상 이혼이어도 법률상 이혼만 인정”
A씨, 사실상 이혼 주장했지만… 다른 가정 꾸린 남편 몫 세금 내야

이재명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1-06 10:00:39

50대인 A씨는 두 딸과 함께 거주하는 편부모 가장이다. 아이들은 성인으로 성장해 각자 독립을 했을 무렵, 과천에 있는 아파트를 혼자 거주하기엔 부담돼 양도하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려 했다. A씨는 평생 부천에 있는 집 밖에 소유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1세대 1주택 비과세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 그런데 갑자기 세무서에서 1세대 2주택으로 비과세 규정을 만족하지 못해 양도소득세를 2억을 납부하라고 안내문을 받은 것이다. A씨는 깜짝 놀라 알아보니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

사실 A씨는 남편과 이혼한 것이 아닌 행방불명이 된 지 10년이 됐다. 남편은 출장이 잦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출장을 간다며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주변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남편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 후 더 이상 실종자를 찾는 것을 포기할 때 쯤, 주민센터는 남편의 주민등록을 말소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2년 뒤쯤 갑자기 행방불명된 남편은 주민등록 말소된지 2년 만에 주민등록을 되살렸다. 부산에서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것이다. 법적으론 아직 A씨와 혼인관계였기 때문에 혼인관계서에는 남편으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A씨의 남편은 본인명의로 된 부산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서, 1세대 2주택으로 세무서가 양도소득세 과소신고 고지서를 보낸 것이었다.

이에 너무 억울함을 느낀 A씨는 사실상 이혼 관계인데 1세대 2주택으로 처분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세심판원을 찾게 된다.

처분청 주장

관할세무서는 “청구인은 사실상 이혼상태인 경우 동일 세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양도소득세과 비과세되는 1세대 1주택은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그들과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과 함께 구성하는 1세대가 양도일 현재 국내에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로서 해당 주택의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인 것을 말하는 것이며, 거주자와 그 배우자는 세대 또는 생계를 달리해도 동일세대원으로 보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혼인과 이혼에 있어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장기간 별거상태로 사실상 이혼상태라 해 1세대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세심판원 판단

A씨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불구하고 법은 차갑고 냉정했다.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국세심판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했다.

“청구인은 배우자와 오랜 기간 별거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상태이므로 동일 세대원으로 보아 주택 수를 합산해 본인을 1세대 1주택자로 해 과세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나, 우리나라 민법의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해 신고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배우자가 사실상 동거하고 생계를 같이 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배우자라는 사실만으로 청구인과 1세대를 구성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라 함은 법률상의 이혼을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의 이혼상태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할 것인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 세법은 아무리 오랜 세월 동안 왕래를 하지 않는 사실상의 이혼 관계라 하더라도, 일방에 의해서 되살려진 주민등록에 의한 혼인관계라 하더라도 법률상 혼인관계라면 1가구로 본다는 것을 확실하게 못 박아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재명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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