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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출을 지탱하던 반도체가 ‘탄핵 정국’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특별법 등이 뒷전으로 밀려나면서다. 이처럼 반도체 육성에 속도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미국 신정부 출범 등으로 수출 경기가 하강 국면을 맞이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우리 수출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월간 수출입 동향에서 무역수지 흑자로 전환한 2023년 6월부터 11월까지의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수지를 계산한 결과 15개월 연속 무역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흑자 행진을 사실상 반도체가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무역수지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차감해 계산한다. 따라서 월별 수출·수입액에서 당월 반도체 수출·수입액을 각각 제외하고 산출한 값을 다시 뺄셈해 수출·수입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수지를 산출했다.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성공한 작년 6월(12억4230만 달러)의 경우 이 계산 방식으로 계산하면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수지는 11억7500만 달러 적자다. 작년 6월 전체 수출(542억9800만 달러)·수입액(530억5500만 달러)에서 당월 반도체 수출(89억9000만 달러)·수입액(65억7200만 달러)을 제외하고 두 값의 차액을 계산한 결과다.
다만 작년 8월에는 ‘반도체 제외 무역수지’가 9억86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일 만큼 우리 수출의 반도체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는 전체 수출액 대비 반도체 수출액이 차지한 비중은 21.1%로 5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대외 충격에 수출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의 성장세를 위해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탄핵 정국을 맞아 새로운 악재에 놓였다.
국회에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이 계류된 상태다.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반도체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여당이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반도체 특별법은 논의 대상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세액 공제율을 5%p 높이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정부 지원책도 뒷전이 됐다.
탄핵 정국이 화두로 떠오르며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시설 투자비의 15~25%·R&D 비용 30~50% 세액공제 일몰 기한 연장만 통과된 것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수출 경기 하강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 동향을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으로 향후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높았던 수출 증가세가 점차 조정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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