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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외신’은 객관적일 거라는 허상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10 17:38:41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서울발 외신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퍼지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에 소속된 언론은 100여개 언론사에서 파견된 250여 명의 기자들이 전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나 영국 BBC 방송·프랑스 르몽드·중국 인민일보·일본 요미우리나 산케이 신문 등 세계 주요 언론을 망라하기는 한다.
 
이들이 서울에서 발신하는 기사를 국내 주요 언론들은 무작정 인용하고 있다. ‘외신이 보도했다’는 사실만을 앞세워 무비판적으로, 오히려 부풀리기 위한 명분으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언론도 성향에 따라 무조건 정부를 비판하고 야당이나 종북세력에 동조하는 기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우파나 중도로 분류되는 언론사도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완전히 논조가 다른 기사가 나오는 것은 기자 개인의 성향이나 언론사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문에 났으니까’ ‘방송에 나왔으니까’라고 믿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외신 역시 기자 개인이나 소속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기사의 논조가 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그 같은 외신기사를 아무런 검증 없이 ‘외국 언론에 보도된 것이니까’라며 마구잡이로 인용한다.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도 않고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도 살피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언론의 편향된 주장을 정당화하거나 더욱 더 과장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국내 언론 매체에 따라 어느 정도 성향이 알려져 있지만 외신은 어떤 매체인지,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서는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알기 어렵고, 관심도 적은 편이다. 언론사의 외신 담당자나 눈여겨볼까. 이틈을 타고 국내 언론도 외신을 과도하게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의 상당수는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인들이다. 외국 언론사 입장에서도 순 외국인으로 현장 배치한다면, 언어문제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현지에 주재하는데 따른 자녀교육문제·주거문제·현지 사정에 대한 자세한 판단 등의 문제로 인한 기사의 정확성 여부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취재능력이 있는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발신되는 외신의 상당수가 사실은 한국인들이 만드는 기사나 다름없는 것이다. 전달하는 매체가 외국 매체라는 것이 다를 뿐 국내 언론이나 다를 바 없는데도 ‘외신’이라는 외피를 쓰기만 하면, 공정한 척, 객관적인 척 과도한 맹신을 하게 된다.
 
최근의 상황을 보도하는 외신을 보면 균형감을 잃어버린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띤다. 한때는 공정하기로 자타가 인정하던 영국 BBC 방송의 자회사인 BBC 뉴스는 9일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김예지 의원의 인터뷰를 다루었다. 왜 당론을 거스르기까지 하며 찬성했는가를 밝히는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김예지 의원은 소신있고 사리판단을 옳게 하는 인물처럼 묘사하고 있다.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의 주장은 없고 이재명의 민주당이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얼마나 막무가내로 비틀었는가에 대한 배경설명도 없다. 김예지 의원은 자기 입장만을 그대로 주장하고 BBC 뉴스는 아무런 비판이나 검증 없이 방송한 것이다. 당연히 국내 언론들은 이 인터뷰 방송을 추가설명이나 국내 상황의 분석 없이 단순 인용 보도했다. 오히려 탄핵 결의 상황을 정당화하는 사례로 들기까지 했다. 집회규모를 보도하는 기사도 균형을 잃은 경우에 든다. 야당집회에 참석하는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도 우파 단체들의 집회는 언급도 없다.
 
이런 종류의 기사는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제2의 김예지 의원이 되고 싶은 정치인이 ‘그렇다면 나도’ 하는 식으로 돌발적인 엽기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걱정스럽다. 자신의 부고 기사만 빼고 언론의 한 귀퉁이에라도 이름이 나오면 만세를 부른다는 말은 괜히 떠도는 것이 아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각 분야에서 균형을 유지해야할 언론·법조·시민단체 등이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에 따라 현저하게 기울어지는 사례를 흔하게 보아 왔다. 여기에다 외신 매체들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니 기울어진 운동장은 국내를 벗어나 외국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 권력이 엄중하던 시절에는 외신이 국내 상황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한 적도 있었지만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워진 지금에는 전통적인 매체의 절대적인 권위는 무너졌다. 외신도 이념적 지형에 따라 분화되고 있다는 것도 이미 드러난 실정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은 예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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