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독점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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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1 00:02:30

시장경제 체제에서 독점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한 분야에서 특정 회사가 시장을 독점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그 회사에서 매기는 가격과 공급에 따라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가까이 있는 것부터 찾아보자. 먼저 스마트폰은 삼성과 애플이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회사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중국 회사들이 상당 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이나 애플이 독점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예를 들어 삼성이 독점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기업이기 때문에 서비스 등 측면에서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결국 삼성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책정해도 소비자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요즘엔 스마트폰이 없으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약 60%의 점유율을 배달의민족이 차지하고 있다. 60%라는 수치는 완전 독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실상 국내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의민족이 내놓는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사람이 음식을 시켜먹을 때 배달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식당 주인들은 이를 운영하는 회사들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대표적으로 ‘배달료 0원’이라는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이는 배달의민족이 아닌 쿠팡이츠에서 먼저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인데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이 참여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 피해를 본 것은 식당 주인들이다. 배달료와 수수료가 증가해 지출만 더 늘게 되었으며 실제 상황을 잘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선량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식당 주인들이 더 이상의 출혈을 막기 위해 음식값을 올리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얻은 것도 사실상 없다.

경쟁이 심한 배달 플랫폼도 이 같은 상황인데 독점 상황이면 어떻게 됐을까. 배달 수수료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음식값도 지금보다 더 비싸질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엔 특정 분야에서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먼저 고속철도 시장이다. 현재 국내 고속철도 시장은 현대로템이 독점하고 있다. 우리가 타는 KTX-산천·SRT·KTX-이음·KTX-청룡 등 모두 이 회사가 만든 열차다.

국토교통부나 한국철도공사 등에서는 우리 기술로 만든 고속열차라고 하지만 실상은 불량으로 가득한 열차다. 탈선 사건도 비일비재하며 고속 주행 시엔 너무 많이 흔들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현대로템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가격만 맞춰서 고속열차를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사실상 이런 것은 독점의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봐야 한다. 소비자는 국내 기술로 만든 고속열차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보다는 안전하고 쾌적한 열차 이용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게임의 경우에도 독점의 폐혜가 있다. 바로 넥슨이 운영하는 FC온라인이다. 최근 실적이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유저에 대한 과금 유도와 무분별한 선수카드 제작으로 만들어진 얼룩이라고 봐야 한다. 소비자는 독점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으며 넥슨 스스로도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정도현 기자 dhju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