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통일부·국정원·외교부의 빈약한 정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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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4 00:02:30

정보력이란 정보를 빠르게 얻거나 입수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외교·국방·안보를 담당하는 부처의 정보력이 시민단체·언론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듯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조직 개편을 통해 과거와 다른 ‘정보분석’ 역량과 새로운 역할을 강조하며 ‘정보조사협력과’를 신설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중국에서 탈북인을 강제 북송하는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지도 막지도 못했다. 이런 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했음에도 정보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또다시 통일부의 정보력이 시민단체보다 뒤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통일부는 8월27일 탈북인 15명이 중국에서 한꺼번에 체포·구금됐다는 민간인 단체 전언이 사실인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행 탈북인 15명이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지린성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탈북인들은 지난달 21일 쿤밍에서 동남아 제3국으로 가기 위해 쾌속정에 탈 예정이었으나 중국 공안에 걸려 전원 체포됐다. 브로커들은 이들이 체포되면서 강을 넘지 못한 사실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통일부·국정원·외교부가 이를 미리 인지하기는커녕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는 점이다.

대북정보 수집의 최일선에 있어야 하는 국정원의 정보력 역시 의심스럽다. 국정원은 8월28일 국회에서 북한 수해와 관련해 “러시아로부터 구호 물품을 받은 정황은 없지만 곧 들어올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를 뒤집는 보도가 나왔다. RFA는 8월23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수해 피해 지역에서 러시아로부터 지원 물자를 공급받은 한 주민이 ‘푸틴 만세’를 외쳤다가 국가보위부에 끌려간 사실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수해를 입은 북한에 식량·설탕·버터·식용유 등 지원 물자를 보냈다. 물자들은 북한 라선시 두만강역을 통해 들어왔고, 북한 당국은 이를 수해 지역에 공급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의주군 수재민들에게는 8·15 명절 물자로 수재민 한 세대당 콩기름 1kg과 버터 200g씩을 공급했다. 특별공급 물자가 러시아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간부들을 통해 주민들 속으로 퍼졌다”고 증언했다.

특히 버터는 북한에서 평생 접하기 어려울 만큼 진귀한 식자재라고 한다. 이 때문에 물자를 공급받은 한 40대 여성이 ‘푸틴 만세’를 외쳤다가 보위부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천명해 온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물자를 지원받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정보력 역시 언론 만큼의 경쟁력도 없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국가 핵심 자료라도 잘 지켜야 하는데 그마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는 중국 정보요원에 포섭돼 지난 7년간 1억6000만 원을 받은 댓가로 총 30회 기밀을 유출시킨 혐의로 지난달 27일 기소됐다.

정보수집·탐지 능력이 떨어지는데 기밀마저 줄줄이 유출되고 것이 우리나라 안보를 담당하는 부처들의 현 실태다. 정보사는 조만간 조직을 해체하는 수준의 재편을 감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면 쇄신이 필요한 곳이 어디 정보사뿐이겠는가. 이번 정보사 사건을 계기로 통일·외교부·국정원도 인적 개편을 통해 정보력을 개선하길 바란다. 또 기밀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직 내 기강도 바로잡길 기대한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