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동연의 천재적 사고와 비전 그리고 조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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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1 11:48:30

누군가 ‘외로움’은 누군가와 함께 하면 금새 씻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꼭 그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그 ‘그리움’에 ‘다짐’을 보탠 ‘봉하메시지’를 던지며 봉하마을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지난달 31일 귀경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1일 김동연 지사가 전날 부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경상남도 김해의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지사도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79번째 생인을 앞두고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몇 컷 사진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알리기도 했다.

김 지사는 올해만도 벌써 세 번째 봉하마을을 찾은 셈이다. 그는 페북에서 “올 때마다 대통령님을 향한 그리움을, 그리고 그분께서 꿈꾸셨던 나라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새긴다”고 했다. 다만 이날은 노무현 재단의 초청으로 ‘김대중과 노무현,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 특별대담에 함께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진보한다’고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을 소환한데 이어 <‘목표를 잡고 길게 가자’ 사람사는 세상의 꿈 더 크게 이어가겠습니다 2024년 8월31일 경기도지사 김동연>이라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목표를 잡고 길게 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 나오는 소 제목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은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세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김동연 지사의 ‘그리움’과 노 전 대통령의 이상을 더 키워서 이뤄내겠다는 ‘다짐’이 담긴 방명록이다.

강 대변인은 이어 김동연 지사는 “아주대 총장 시절(2017년) 문재인 대통령님께 경제부총리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다”면서 “하지만 문 대통령 캠프에서 대선시절 ‘비전 2030’을 기본으로 삼았으니 들어와서 야당(현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보고서를 실현해달라고 설득해 결국 맡게됐다”는 일을 소개했다.

그러자 권 여사는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정책이 좌절된 것이 많은데 그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비전 2030’”이라며 “참여정부에서 기획했던 ‘비전 2030’ 때문에, (김동연 지사가) 다시 정부에 참여하시고 정치를 하게 되셨는데 정치인의 삶은 ‘운명’인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비전 2030’을 고리로 한 ‘김동연의 운명’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을 달았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족탈불급’(足脫不及·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함)이라는 성어를 인용한 뒤 “외람된 말씀이나 대통령님과 저는 상고(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김동연 지사 덕수상고를) 나왔고 삶의 여정이 비슷해서인지 (노 전 대통령 유고집인) ‘진보의 미래’를 읽으면서 대통령님의 생각이 이해가됐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각별히 ‘비전 2030’은 기존에 ‘선성장·후복지’의 패러다임에서 최초로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을 국가전략으로 바꾸는 대전환보고서였고 현 시점에서는 많은 부분이 상식이 된 보고서를 주도해서 작성한 사람이 김동연 당시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 곧 지금의 경기도지사라는 부분을 주석처럼 달았다.

취임 후 아홉번이나 호남을 찾으며 ‘호남 끌어안기’에 나선 바 있는 김동연 지사다. 그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두 전직 대통령 곧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민주적통과 지역적 지지기반을,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통치철학과 비전을 고스란히 담은 ‘비전 2030’의 토대를 제공한 장본인으로서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의 비전과 동기화(同期化)한다는 것은 다른 어떤 당내 경쟁자들보다 진보의 ‘이념적 적자(嫡子)’ 선언을 하는 것이고 ‘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한다는 얘기다. 이는 대선출정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의미다.

‘비전 2030’만을 놓고 본다면 김 지사에겐 확실히 미래를 내다보는 잠재적 능력을 이끌어내는 천재적 능력을 가진 듯해 보인다. 2050 탄소중립과 기후대응을 내다보며 기후정책을 주도하는 것에서 엿보이 듯 말이다. 천재적 비전은 위로부터의 영감과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된다면 못 이룰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쉬움이 이는 것은 왜일까. 의료대란 사태에 급기야 ‘달나라 대통령’을 거론하며 국민분노 임계점을 얘기하는 것이나 탄핵론에 가세하는 듯해 보이는 것이나 이미 김동연도 조급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바둑에서도 조급하면 냉철함을 잃고 착각 확률이 높아지는 법이라 하는 말이다.

강재규 기자 jk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