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조건에 대해 우리는 흔히 대륙과 해양 세력이 부딪치는 지점에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 용어는 근대 이전 의 지정학적 조건을 설명하는 말이지 현대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조건의 본질을 적시하는 표현이 아니다.
현대의 한반도는 전체주의와 공화주의 진영의 대치선 위에 있다. 우리 민족사 최초로 자유주의 공화국으로 건국된 대한민국은 공화주의 진영의 선두에, 북한은 전체주의 진영의 선두에 서 있다. 이런 조건하에서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제어하지 못한 김일성 일당의 침략으로 6·25전쟁이 터졌고 중국과 소련(러시아)은 침략군으로 참전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유엔군의 도움으로 간신히 침략군을 막아 냈다. 따라서 현재의 휴전선은 전체주의와 공화주의 진영의 대치선이지 대륙과 해양을 가르는 선이라 지칭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김일성과 남로당의 박헌영은 1949~50년 남침 전쟁 승인을 요청하기 위해 스탈린을 세 번 만났다. 당시 스탈린은 처음부터 중국의 참전 약속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김일성은 1950년 4월 모택동의 참전 약속을 받아 낸 후 1950년 5월 스탈린의 남침 승인을 얻어 낸 것이다. 중국이 이 전쟁을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는 말로 포장하든 말든 침략 전쟁의 사전 모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1950년 10월 모택동의 참전 발언이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침략군이 급속히 패주하자) 모택동은 1950년 10월1일 ‘중국 인민은 외세의 침략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제국주의자들이 ‘이웃 영토’를 오만방자하게 침략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T.R.페렌바크 ‘이런 전쟁’ 제17장)
이 말을 할 당시인 1950년 10월 초순에 중국은 이미 한반도 북쪽 산간 지역에 최소 30만 명 이상의 ‘인민지원군’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중국공산당은 침략군을 격멸시키는 유엔군과 전쟁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규군을 파견했음에도 모두 자원병인 것처럼 가장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을 끝까지 추적해 살해했다. 이처럼 어떤 나라든 침략이나 테러를 당하면 침략 세력을 추적하여 격멸시키는 것은 국제법으로도 인정되는 그 국가의 정당한 권리다. 도대체 중국과 소련은 무슨 권리로 ‘이웃 영토’의 전쟁에 개입하여 한국군 등이 침략군을 추적·격멸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는가.
그 이유는 중국과 소련 및 북한은 모두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기 때문이다. 인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게 아니라 인민 위에 부과된 권력인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정통성이 없기 때문에 이웃에 정통성 있는 자유주의 공화국이 성공하면 자국 인민들의 자유화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북·중·소 공산 전체주의 연합세력은 자유주의 공화국의 선두에 선 대한민국을 없애기 위해 6·25 침략전쟁을 공모했던 것이다.
휴전협정 체결 후 7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최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매슈 크로닉 연구원이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대만을 둘러싼 미·중 충돌은 지역 전쟁으로 비화해 남한·북한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는 요지의 글을 실었다.
“필자들은 “대만 문제로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면 김정은은 이제 ‘주적’으로 적시한 남한을 향해 기회주의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으며 ‘정권 위협의 조짐을 전제로 선제공격’ 원칙까지 선언한 상태”라는 것이다. (...) 심지어 “베이징과 평양이 사전 조율 없어도 설사 초기 갈등을 촉발한다 해도 (양측의 연대는) 유효하다”고 필자들은 봤다. 북·중을 공동운명체이자 순망치한 관계로 본 합리적 추론이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전쟁에 남북한 개입 불가’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다수 분석가들의 생각을 ‘잘못된 전제’ ‘미·중 관계가 협력적이던 시절의 낙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판한 점과 대만 공격에 앞서 중국은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북한의 도발을 교사·요청할 것이라는 기고문의 예측이 눈길을 끈다.” (스카이데일리 2024.8.13.)
‘체결국 가운데 한 쪽이 몇몇 동맹국의 침략을 받을 경우 전쟁 상태로 바뀌는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제2조. 1961). 이 조약에 따라 ‘사전 조율 없어도’ 중국과 북한은 상대방의 전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아직도 공산 전체주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조만간 정통성 위기에 빠져들 것이다. 북한이나 중국이 자유주의 공화국으로 체제 전환을 하지 않는 이상 정통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언제든 주변의 자유주의 공화국을 침략할 수 있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이 국민의 정신을 교란시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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