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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출신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28)는 14일(한국시간) 최고 전통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5000만 파운드· 약 875억 원) 에서 생애 처음으로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하늘에 계신 스승님이 지켜보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크레이치코바는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를 2-1(6-2 2-6 6-4)로 꺾고 우승했다.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32위인 크레이치코바가 7위 파올리니를 제압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우승 상금 270만 파운드.
올해 허리 부상 속에 어떤 대회에서도 단식 8강을 넘지 못하며 부진하던 크레이치코바는 윔블던 무대에서 통증을 이겨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준결승에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엘레나 리바키나(4위·카자흐스탄)를 2-1로 제압한데 이어 직전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준우승자 파올리니까지 돌려세웠다.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가나계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파울리니는 메이저 대회 2연속 준우승에 눈물을 머금고 말았다.
1세트는 178cm의 키에서 뿜어지는 서비스와 파워가 좋은 크레이치코바의 강공에 163cm의 파올리니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2세트에 분위기가 확 바뀌어 파올리니는 상대 첫 서브게임부터 브레이크해냈고, 적극적인 공세 끝에 2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에서는 크레이치코바가 파올리니의 4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내면서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던 그는 마지막 게임을 듀스 접전 끝에 따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크레이치코바의 스승은 2017년 숨진 여자 테니스의 전설인 체코 브르노 출신의 야나 노보트나다. 크레이치코바도 브르노에서 태어나고 컸다. 1987년 프로에 데뷔한 노보트나는 통산 24번의 단식 우승과 76번의 복식우승을 차지했고, 1990년 8월 복식 세계랭킹 1위, 1997년 7월 단식 세계랭킹 2위를 기록했다. 1998년 윔블던에서는 단식 정상을 밟았다. 복식에서는 4번(1989년·1990년·1995년·1998년) 우승했다. 현역 시절 슈테피 그라프(미국)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에 막혔던 노보트나는 은퇴 후 후학지도에 나섰고, 크레이치코바는 노보트나의 애제자였다.
크레이치코바는 “어린 시절 노보트나 코치의 문을 두드린 순간이 내 인생을 바꾼 것 같다”면서 “주니어 선수 생활이 끝나갈 무렵 프로 선수를 계속 해야 할지, 아니면 공부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고 돌이켰다. 노보트나는 크레이치코바가 잠재력이 있으니 꼭 프로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둘의 인연은 본격화했다. 레이치코바의 성장 속도는 빨랐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데뷔 시즌인 2014년 복식 결승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첫 복식 타이틀을 따냈다.
크레이치코바에게 테니스만 가르친 게 아니라 인생의 선배이자 친구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던 노보트나는 2017년 49살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슬퍼하던 크레이치코바에게 “나가서 테니스를 즐기고,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라”는게 노보트나의 유언이었다.
노보트나는 크레이치코바에게 윔블던이라는 큰 무대에서 우승하려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일러줬다. 그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조언들이 이번 대회 우승에 이르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크레이치코바는 “야나는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코치님이 1998년 우승하신 윔블던에서 같은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 건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크레이치코바가 2021년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복식을 석권했을 때도 주목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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