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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칼럼] ‘위대한 소통자’ 레이건 美대통령이 주는 교훈
최광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3 06:31:10
 
▲ 최광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석좌교수·前보건복지부 장관
무릇 모든 지도자는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결과로 역사에서 평가된다. 모든 정책은 과학과 예술의 산물이며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충족시키는지의 여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어떠한 정책이 성공하고 어떠한 정책이 실패하는가.
 
경제정책을 사례로 정책의 성공 여부를 살펴보자. 경제 원리에 충실한 정책은 성공하고 경제 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실패한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 원리에의 충실 여부가 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닌 데 있다. 경제 원리에 충실한 정책이라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경제정책 성공의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두 가지 구성요소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의 경제정책은 경제 원리라는 과학적 요소와 지도자의 정치력이라는 예술적 요소의 결합체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책 당국자나 관련 전문가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는 정책의 과학적 요소인 정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정책의 정치적·예술적 요소인 정책의 결정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거의 없었다.
 
몇몇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 끝에 대단한 정책을 만들더라도 국민을 포함해 이해당사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빛을 보지 못하거나 원래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되기가 십상이다. 윤석열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 모두가 정책의 중요한 요소인 정치력이라는 예술적 요소 자체를 인식하고 있지 못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치력이라는 예술적 요소 중의 하나가 지도자와 국민 간의 소통이다. 인기를 얻기 위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고, 정책을 잘 펴기 위해 지도자는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훌륭한 소통을 통해 정책을 잘 추진하면 인기는 저절로 올라간다. 국민과 소통을 잘해 많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로널드 레이건 미국 40대 대통령의 소통 사례를 소개하니 교훈을 얻길 기대한다.
 
임기 초 레이건 대통령은 국민과 호흡하는 능력으로 언론과 워싱턴DC의 전문가들로부터 위대한 소통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배우 출신 정치인이 매우 능숙하게 적절한 어구를 구사하는 타고난 연설가라는 사실에 모두들 놀랐다. 서민적인 습관·감미로운 목소리·거침 없어 보이는 자신감·여러 해 동안의 연기 경력 등 모든 것이 합쳐져 뿜어 나오는 그의 연설에 모두가 탄복했다.
 
연설가로서의 그의 성공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레이건이 글쓰기에 매우 정통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하지만 일관된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실히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설 능력에 못지않게 레이건은 연설문 작성 자체에 뛰어났다. 글쓰기와 스피치에 대한 열정은 유레카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시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유명한 1933년 취임 연설문을 달달 외우고 다녔다. 1950년대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보대사 시절 전국을 누비며 노동자들 상대로 연설을 했는데 수십 장의 색인 카드에 각각의 연설문을 적고 계속해서 외웠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에도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글쓰기에 레이건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한 대통령은 없다고 한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레이건 대통령보다 자신의 신념과 이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충실함을 가졌던 대통령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수많은 연설 모두에서 핵심적 메시지는 매우 간단명료했고 내용 또한 많지 않은 몇 가지 원칙과 방향에 기초하고 있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레이건은 의회 의원들 그리고 언론과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주지사 시절에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의회와의 협력을 매우 중시했다. 자신의 작은 정부 정책에 따른 세출 삭감은 의원들에게 초미의 관심 사항이었으므로 레이건은 여소야대인 당시 의회 여건하에서 의원들을 직접 접촉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별로 의원들을 수시로 백악관으로 초청해 식사하고 환담했다레이건은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49회의 만남을 통해 467명의 의원들을 만났다고 한다. 이는 전임 지미 카터 대통령이 4년 동안 만났던 의원 수보다 더 많은 것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보다 언론과 긴밀한 협조적 관계를 유지했다. 레이건은 자주 그리고 정기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하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그는 기자들을 존중하고 존경심을 갖고 대했다. 기자들을 만날 때는 핵심 참모들을 배석시켜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도록 해 기자들의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해 주고자 하는 노력도 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우리는 어느 대통령보다 레이건에 대해 호의적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각자 최우선시 하는 정책은 통상적으로 취임 6개월 이내, 적어도 1년 이내에 관련 법안을 의회에 회부해 통과시킨다. 레이건이 공약한 주요 정책 중의 하나는 당시 50%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30%까지 내리는 것이었다. 이 감세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와 언론 그리고 국민을 상대로 적극적·조직적 설득 작업을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1121일 취임한 후 자신의 감세안을 하원의원 잭 캠프와 상원의원 윌리암 로스를 통해 캠프-로스법으로 성안한 후 설득 작업에 나섰다.
 
레이건은 511일 하원의원 모두를 백악관에 초대했다. 이어 514일에는 상원의원 모두를, 611일에는 사업가들을, 619일에는 기자들을, 623일에는 민주당 의원들만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722일에는 워싱턴 이외 지역의 신문 편집인과 방송기자들을 그리고 23일에는 주 의회 지도자들과 주 정부 주요 관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식사하며 세제 개혁안에 대해 설명했다. 24일에는 하원을 직접 방문하여 여야를 불문하고 영향력 있는 핵심 인물들을 만나 설득했다. 세제 개혁안 의회 통과를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레이건은 27TV 카메라 앞에 서서 국민에게 직접 적극적 지지를 호소했다.
 
드디어 729일 레이건의 세제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당론은 세제 개혁안 반대였다. 상원에선 찬성 89·반대 11표였고, 하원에선 찬성 238·반대 195표였다. 남부 지역 민주당 의원 48명이 당론을 거부하고 레이건의 세제 개혁안을 지지했던 것이다. 훌륭한 정책을 제시하고 모든 관련 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결과로 얻은 위대한 소통자레이건 대통령의 값진 입법화 승리였다.
 
레이건 대통령이 오늘날에도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미국이 대내·외적으로 가장 암울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할 수 있다 미국은 위대하다는 미국 정신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와 신념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만이 번영된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보았다. 레이건은 자유가 개인과 기업의 번영을 가져온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지향해야 할 비전과 정책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비전과 정책을 쉬운 말로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설명하고 설득했다.
 
위대한 소통자 레이건의 사례는 훌륭한 소통자의 자격과 자세 그리고 소통의 방향과 방법을 완벽히 보여 준다. 거기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내용은 없다. 의지와 노력이 문제일 뿐임을 읽을 수 있다.
 
오늘의 한국 정치는 앞이 캄캄하다. 반듯한 정책으로 백척간두의 위험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려는 정치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길은 있기에 누군가 결연하게 결심하고 나서면 된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세력이 심기일전하여 담대하게 나서야 한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의지와 방법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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